나경원 헝가리 제도 발표에 비판 "방치할 수 없다"
이례적 공개 지적에 與 당권경쟁 견제 의혹 '활활'
전문가 한 목소리 "尹 대통령에 장기적 부담"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대통령실이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산시 대출 탕감' 발언에 이례적으로 두 번 연속 강하게 비판한 것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국민의힘의 유력한 당권주자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라는 해석이다.
나 부위원장이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출산과 연계해 대출금을 탕감하는 이른바 '헝가리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발표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바로 다음날 오전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기자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공개 반박에 나섰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yooksa@newspim.com |
나 부위원장은 이에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을 십분 이해한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도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하자 대통령실은 격노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8일 기자들에게 "나 전 의원은 위원회 논의와 전문가 검증없이 언론에 발표해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며 "이러한 일련의 언행은 수십조 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다시 공개 비판했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견제의 성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친윤계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윤계는 김기현 의원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 지지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나 부위원장이 실제로 출마할 경우 친윤 표심이 갈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나 부위원장 문제를 국민의힘 당권 구도와 연관이 없다고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통령실의 행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대통령실 청사 모습. 2022.06.10 mironj19@newspim.com |
최진 대통령리더십센터 원장은 "물 밑에서 세련되게 조율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지나치게 거칠게 대응했다"라며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부위원장은 사실상 대선주자급인데 지금은 침묵하고 있지만 이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정치를 할 수 있어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대선주자들에 대한 특별관리는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은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의 합심인데 지금 그것이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라며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했지만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김기현 의원이 지금처럼 뜨지 않고 있으면 권 의원은 다른 연대의 대상을 찾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4선 의원에 원내대표를 지낸 당 중진인데 대통령실에서 너무 거칠게 반응했다"라며 "당 대표 선거에서 1위 후보인데 그냥 사라진다면 당으로서도 좋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이 가장 강력할 때도 김무성 대표가 됐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신세 진 사람이 없다"라며 "나경원 부위원장 부분은 정말 고차원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윤심이 누구를 당 대표 선거에서 밀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나경원 부위원장이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윤 대통령이 반대했전 제왕적 대통령제의 모습이 돼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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