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위기 커지는데…기본법 제정 하세월
공급망 종합 대응책 담았지만…작년 한차례만 논의
이번 임시국회서도 논의 없어…한시가 급한데 늑장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논의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가 열리긴 하지만, 이날 다른 법안들에 밀려 공급망 기본법이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
주요국들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도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위기감에 공급망 기본법 제정을 서둘렀지만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 글로벌 공급망 위기 커지는데…기본법 제정 하세월
14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1일 공급망 기본법 제정과 관련해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공급망 관리 기본법은 국가 전반의 공급망 관리를 체계화하는 법으로 정부 보증 채권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성하고, 대통령 소속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앞서 정부는 공급망 기본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지난해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를 공식화한 바 있다.
공급망 기본법 제정 방향 [자료=기획재정부] 2023.02.14 soy22@newspim.com |
공급망과 관련한 위기감이 커진 건 재작년 11월 요소수 사태를 겪으면서다. 당시 중국은 자국 내 석탄이 부족해지자 석탄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물질인 요소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 여파로 경유 차량용의 배출가스를 정화해주는 요소수 품귀 사태가 발생했고, 전국적인 물류 차질을 넘어 소방차와 구급차까지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범정부 협업체계인 경제안보 품목 TF를 꾸려 주요 원자재 수급상황을 관리해왔지만, 예기치 못하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이 봉쇄조치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잇따라 터지면서 기존 체계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자국 중심의 산업 정책을 펼치는 기조를 강화하면서, 한국도 이 같은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공급망 관리 체계를 국가 차원으로 넓히고자 공급망 기본법 제정을 추진한 배경이다.
정부는 공급망 기본법 제정을 공식화한 이후,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해 10월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로 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 공급망 종합 대응책 담았지만…작년 국회서 단 한차례 논의
공급망 기본법의 주요 내용들을 보면 조직 설치부터 기금 조성까지 공급망 관련 종합 대응책을 담고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급망안정화위원회'의 신설 방안이 담겼다. 기재부가 경제 부처들을 총괄하는 부처인 만큼 기재부 장관이 공급망안정화위원장을 맡고, 공급망 위기가 발생했을 때 부처들을 조정한다는 취지다.
또 공급망 안정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해 기금의 재원을 마련하고, 심의를 거쳐 탄력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공급망 안정화 선도 사업자를 선정해 여러 세제, 재정, 금융 혜택들을 주는 내용도 있다. 다만 선도 사업자는 각 부처가 기업별로 품목 안정화 계획을 제출 받은 다음, 적합 여부를 판정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1차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02.14 pangbin@newspim.com |
하지만 이 같은 공급망 기본법은 지난해 정기국회 때 소위에서만 한 차례 논의됐고, 이 마저도 세부 사항에 대한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채 회의가 끝났다.
지난해 12월 5일 기획재정소위 제1차 회의록을 보면 범부처 차원의 공급망 대응체계 구축에 대한 여야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지만,일부 쟁점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주로 기획재정부가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묻는 지적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마련한 법과 기재부에서 마련한 공급망 기본법의 중복 우려도 제기됐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급망의 핵심은 산업부에서 다루어야 될 문제들이 대부분인데, 기재부의 역할이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기재부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재부의 역할을 좀 강조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회의는 대통령 시행령 위임사항들을 축소시키라는 권고와 함께 국회 기재위가 공청회를 여는 것을 전제로 끝났다.
◆ 이번 임시국회 때도 논의 없을 듯…4월 재논의 전망
공급망 기본법 제정 방향 [자료=기획재정부] 2023.02.14 soy22@newspim.com |
오는 15일 열리는 경제재정소위가 열릴 전망이지만, 공급망 기본법이 또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는 불투명하다.
경제재정소위는 하루 동안만 열리는 데 다뤄야 할 법안들은 워낙 많다 보니, 논의 차례가 오기 전에 회의가 끝날 가능성이 높기 떄문이다.
소위를 통과하더라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이견이 있긴 했지만, 현재는 (의원들이) 많이 수긍된 상태"라며 "산업부와 법에 대한 논쟁도 다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국회에서 빨리 논의의 장이 열려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토로했다.
만약 이번 임시국회 때 공급망 기본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오는 4월 정기회 때 또다시 입법을 추진해야 된다.
국회와 달리 공급망 기본법 제정에 대한 정부 의지는 절박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한 블록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공급망 재편의 파고를 기회로 삼을 제도적 기반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