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투자자들, 시장 변동성 급등 대비 움직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인플레이션 완화 및 연방준비제도(연준) 피벗(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시장 심리가 급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기 시작한 2020년 3월과 비슷한 공포지수(변동성지수) 급등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왔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시장 참가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VIX지수 추이 [사진=구글차트] 2023.02.27 kwonjiun@newspim.com |
◆ 긴축 장기화 우려 고조
지난 24일(현지시각) 미 상무부가 공개한 1월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통화 완화로 돌아설 것이란 시장 기대의 싹을 잘라버렸다.
1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5.4% 각각 올라 월가 전망치(다우집계)인 0.5%와 5.0%를 모두 웃돌았다. 특히 전월 대비 상승속도는 작년 6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에 해당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로는 4.7% 로 역시 전망치(전월 대비 0.4%, 4.3%)를 모두 웃돌았다.
헤드라인과 근원 PCE 물가지수 모두 지난해 12월까지 상승세가 둔화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오름세가 강화된 것이다.
미래 인플레이션 추세를 가늠하는 지표로 연준이 가장 주목하는 PCE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기준금리가 6%대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연준의 자체 전망은 금리가 5~5.25%대에서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고, 선물 시장은 5% 아래에서 금리가 정점을 찍은 뒤 연말까지 한 차례 이상의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달 초 고용 보고서가 강력하게 나온 뒤 분위기는 반전됐고, 가파른 PCE 물가까지 확인되자 긴축 장기화 우려가 커졌다.
JP모간 경제학자 마이클 페롤리와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프레더릭 미슈킨 교수, 브랜다이스 국제경영대학원 스티븐 체케티 교수 등은 24일 미 기준금리가 5.6%에서 최대 6.5%까지 올라야 한다는 주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
◆ 변동성 급등 베팅하는 투자자들
물가 정점 및 연준 피벗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이 잠잠하던 시장 변동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 공포지수인 CBOE VIX 지수 상승 베팅이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로 늘었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이후 연초까지 하락 흐름을 유지하던 VIX 지수는 지난주 다시 23 위로 올랐는데, 전반적으로 VIX 값이 30을 넘으면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고, 20 미만이면 상대적으로 시장이 안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매체는 여전히 견실한 미국 경제뿐 아니라 탄력성을 보이는 유럽 경제나 중국 리오프닝 등도 인플레 불안을 자극하고 있으며, 연준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 전망은 미국 침체 불안을 키워 시장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액티브펀드매니저 협회에 따르면 액티브 올 들어 투자자들은 작년 4월 이후 주식 비중을 최대로 늘렸고,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퀀트 전략 등 패시브 투자자들도 2021년 초 이후 주식 익스포저를 최대로 확대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 시장 심리는 급변화하는 중이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강세 전망은 이달 초만 하더라도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지만 지난주에는 한 달 만에 가장 비관적 분위기로 돌아섰다.
WSJ는 VIX 관련 베팅 중 한 달 내로 VIX지수가 75까지 치솟을 것이란 베팅이 가장 많고, 수 개월 내로 VIX 지수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40까지 오를 것이란 베팅이 그 다음으로 많다고 전했다.
웨이스 멀티전략 어드바이저스 마이크 에드워즈는 "1월 시장 랠리 동안에는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실질 경제에 별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확신이 매일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은 앞으로 나올 소비자신뢰지수나 주택가격 등 미국 지표들을 추가로 살피며 3월 이후 연준의 긴축 행보를 점쳐볼 전망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