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두 번째 소환...정부 물가안정 기조 강화
식품가 줄줄이 '인상 철회'...긴축재정 돌입
할인·프로모션 등 비용 줄이고 해외사업에 매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정부의 인상 자제 압박에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계획이 줄줄이 멈춰섰다. 풀무원, CJ제일제당은 연이어 제품 가격 인상안 철회했고 주세 인상을 앞둔 오비맥주도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가격 동결 분위기 속에서 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프로모션, 할인행사를 줄이는 등 긴축재정이 돌입했다. 또 국내보다 이익률이 높은 해외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쓰오우동, 얼큰우동, 찹쌀떡국떡 등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9.5%, 고추장 등 조미료와 장류 6종 가격을 최대 11.6% 인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안을 백지화했다.
풀무원도 이달 풀무원샘물과 워터루틴 등 생수 제품 출고가를 5% 올릴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말 인상계획을 최종 철회했다. 대상도 이달 제품가격 인상을 검토했다 무기한 보류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2.10.05 kilroy023@newspim.com |
주류업체들도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소주는 물론 주세 인상을 앞둔 맥주조차 원가부담을 감내하겠다고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소주값 6000원' 상승 논란과 관련해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이트진로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로소주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도 '소주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내달부터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가 리터당 30.5원 인상될 예정이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당분간 맥주 가격을 동결하겠다"라고 밝혔다. 주세가 인상되더라도 당분간 제품 출고가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결단에 따라 2위인 하이트진로의 맥주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식품업체들이 잇단 가격 동결 선언에는 정부의 '인상 자제령'이 영향을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8일 CJ제일제당, 남양유업, 농심, 동원F&B, 동서식품, 롯데제과, 매일유업, 삼양식품, 오뚜기, 오리온, 풀무원, 해태제과, SPC 등 주요 식품업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직접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간담회 일정이 잡힌 직후 업체들도 계획했던 제품가 인상안을 철회하고 가격 인상 검토 작업을 멈추는 등 정부 시책에 발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인상 자제령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에도 식품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물가안정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불과 두 달도 채 안 돼 식품업체들을 소환한 셈이다.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강화로 식품가에 사실상 가격 동결 분위기가 드리운 만큼 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 마트 등 유통채널을 통해 진행하던 판촉 프로모션, 할인행사 등을 예년 대비 줄이고 광고, 마케팅, 채용 등 비용을 최대한 감축하는 방향이다.
해외사업 비중이 큰 업체들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원가부담이 높고 시장이 작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이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체들의 올해 신제품 출시, 대규모 프로모션, 투자 등도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원재료를 뺄 수는 없으니 그 외 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광고비, 마케팅, 신사업 투자 등에 제동이 걸리게 되고 아무래도 유통채널에서 진행하던 판촉행사는 예전보다 줄어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식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지난해보다 물류비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이익개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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