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수혜도 반짝...소비심리 침체에 인력난 겹쳐
원재재·물류비 고공행진...가스비·전기세도 올라
생계 가격 최고가 경신...치킨업계도 고민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소비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제품 가격은 오르고 이자 부담은 커졌는데 수입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짝했던 '보복소비'도 주춤해진 상황.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충격에 빠진 유통업계 상황을 점검해 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 엔데믹이 전환되면서 리오프닝 반등을 꿈꿨던 외식·프랜차이즈업계가 물가인상 직격탄을 맞았다. 원자재 및 물류비는 고공행진하고 소비자들은 금리인상 등으로 씀씀이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성적인 인력난도 여전히 지속되는 등 삼중고에 놓였다.
9일 유통업계 따르면 햄버거 전문점 버거킹은 오는 10일부터 제품 47종의 가격을 평균 2% 인상한다. 대표적으로 와퍼 가격인 6900원에서 7100원으로 3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버거킹은 앞서 지난해 1월과 7월 버거값을 각각 평균 2.9%, 4.5% 인상한 바 있다. 약 8개월 만에 인상을 단행한 셈이다.
[내수침체 충격] 글싣는 순서
1. 오픈런도 옛말?…백화점 '꽃놀이' 끝났나
2. 성장세 '뚝'…효율화 등 떠밀린 대형마트
3. 물가인상 직격탄...외식업계 '비명'
앞서 맘스터치도 이달부터 버거 제품을 평균 5.7% 올렸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지난달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5.1%올렸다. 같은 달 노브랜드버거는 가격을 평균 4.8%올렸고 KFC는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이들 버거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지난해부터 6~8개월 간격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원자재 및 물류비가 지속 상승하고 있어서다. 원가 부담 속에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버거업계 한 관계자는 "누적된 원가 부담이 높아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실제 인상 요인보다 적은 폭으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모습. 2022.07.06 hwang@newspim.com |
치킨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육계협회가 공개한 이날 기준 생계(중) 가격은 1kg당 319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생계 가격이 31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계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 3090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000원대에 올라선 이후 지난 1월 2000원대로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1kg 2000원대 전후로 유지되던 생계 가격이 3000원대로 올라서면서 치킨업계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교촌치킨, bhc, BBQ 등 주요 치킨업체들은 버거업계 대비 가격인상을 억누른 편이다. BBQ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5월 메뉴 가격을 인상했고 교촌치킨과 bhc치킨은 각각 2021년 11월, 12월에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가맹점 납품가는 수시로 조정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10월 가맹점에 들어가는 튀김유 공급가를 13.9% 인상했다. bhc는 지난해 6월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80여종의 가맹점 공급가를 올렸다가 같은 해 9월 가격을 정상화하고 61%가량 인상했던 튀김유 가격을 일부 하향 조정했다. bbq는 치킨 소비자가격 인상 이전인 지난해 4월 가맹점 원부자재 공급가를 12% 인상했다.
원가상승 타격은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매출액은 5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8.2% 줄어든 89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치킨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비자가 인상 등으로 전체 매출은 올랐지만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익률은 이전 대비 쪼그라든 것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 등 3고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은 외식·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경기불황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외식 관련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지수는 82.54로 전 분기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분기의 외식업 경기 흐름을 예상하는 경기전망지수도 85.76으로 전 분기 대비 9.22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하락세인 셈이다. 경기전망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전망하는 업체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체들 사이에서는 가격인상이 자칫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버거업체들이 최근 들어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되 인상 주기는 짧게, 자주하는 요인에도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포함돼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 공급이 급감한데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돼서다. 일할 사람이 줄다보니 현장에서는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싶어도 늘리지 못하고 인건비 부담은 더욱 높아졌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됐고 원재료비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또 월 70만원 수준이던 매장의 가스비는 올해부터 120만원으로 뛰는 등 여러모로 쉽지 않은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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