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사탕'대신 웃돈 보태 향수나 명품 잡화 선물
실제 해당 기간 '스몰 럭셔리' 매출량 증가 추세
SNS등 통해 '과시용 소비' 늘어날 수 있어 우려도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요즘 MZ세대에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선물하던 기존 풍습에서 벗어나 니치 향수나 명품 립스틱, 와인 등 스몰 럭셔리를 소비하는 신(新)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13일 서울 신촌의 한 백화점에는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것이 전통인 '화이트데이'를 하루 앞두고 사탕 대신 와인과 고급 초콜릿, 명품 향수 등을 내세운 매대가 다수 보였다. 전시된 샴페인은 한병에 10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매대 앞은 선물을 고르러 온 남자 손님들로 북적였다.
값비싼 수제 초콜릿을 구경하던 박모(32) 씨에게 '가격대가 부담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여자친구에게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이만한 가격대를 받아서 그렇게 부담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화이트데이를 하루 앞둔 13일, 고급 와인과 샴페인 등을 파는 매대 앞에 남자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다. 2023.03.13 whalsry94@newspim.com |
선물을 받는 여성들도 하나같이 사탕이 아닌 '고급 액세서리', '향수' 등을 선물 받고 싶다고 답했다. 밸런타인데이에 남자친구에게 5만원대 향수를 선물했다는 조모(31) 씨는 "어차피 초콜릿도 너무 저렴하거나 줘도 안 줘도 그만인 건 줄 수 없으니 웃돈을 좀 더 보태 향수를 선물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선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에도 액세서리나 향수 등을 선물 받고 싶다"고 전했다.
누리꾼 A씨 또한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남자친구에게 10만원짜리 후드집업과 간식 등을 해서 20만원어치 선물을 줬다"라며 "이번 화이트데이에는 13만원 정도 하는 명품 귀걸이와 꽃다발을 받기로 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화이트데이 기간 '스몰 럭셔리' 상품의 매출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화이트데이 전 2주(2022년 3월 1~14일) 동안 향수 매출은 142% 늘었고 여성 핸드백은 48%, 명품 의류는 39%, 립스틱은 20% 증가했다. 사탕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줄어들었다.
화이트데이 '스몰 럭셔리' 상품의 수요 증가는 최근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탕이나 초콜릿보다는 웃돈을 얹더라도 더 가치가 있는 것을 선물하는 '실속형' 소비를 즐기는 것이다.
또 짠테크나 가성비 소비, 무지출 챌린지 등 허리띠를 조이는 소비 형태가 성행하는 동시에 명품이나 럭셔리 수요는 늘어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진다.
소비의 양극화 현상은 불황기에 두드러지는 소비 형태로, 마트에서는 1원이라도 더 저렴한 제품을 찾는 반면 자신이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사치를 거침없이 이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소득에 맞지 않은 과시용 소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을 맞아 업계의 판촉 행사가 이어지고 SNS를 통해 과시가 이어지며 나도 모르게 과소비를 할 수 있는 만큼 소비에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매개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꼭 무엇을 소비하느냐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