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풍, KT 내부출신 대표선임 시도 두 차례 좌절
주총서 대표선임 안건 폐기될 듯...낙하산 가능성 커져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의사를 밝히며 KT 차기 대표 인선 절차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치적 외풍으로 KT 내부 출신의 차기 대표 선임 시도가 두 차례나 좌절되며 KT 수장으로 정부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경림 후보는 22일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대표 후보 사의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로 공식 내정된 지 보름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윤경림 그룹 Transformation부문장 [사진=KT] |
윤 후보가 대표 후보자로 낙점된 후 정치권과 검찰은 윤 후보에 대해 전방위로 압박을 가했다. 검찰은 KT텔레콤 일감 몰아주기, 구현모 KT 대표 관련 불법 지원, 사외이사 접대 등 구 대표와 윤 후보에게 제기된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정치권과 검찰의 KT 흔들기에도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윤경림 후보 대표 선임에 잇따라 찬성을 권고하며, 윤 후보의 대표 선임을 두고 국민연금 대 소액주주 간 표 대결 양상이 이어졌다.
KT 내부 관계자는 "만약 대표 선임이 표 대결이 아니라 국민연금 반대로 자연스럽게 부결됐다면 윤 후보도 오히려 부담이 줄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표 대결에서 이겨 대표로 선임될 경우, 정치권이나 검찰에서 어떻게 나올지 몰라 윤 후보에겐 많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이런 경우 대표 후보가 대표가 되고 싶어 가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에 후보를 미는 지지자들이 붙어 밀려서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윤 후보 역시 진작 그만 두고 싶었어도 지지자들에게 떠밀려 왔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총 1주일을 앞두고 대표 후보가 사의를 표하며 31일 있을 KT 주총에선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자동으로 폐기되고, 사내·외 이사 선임 건 만 상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KT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의 이사 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KT광화문지사 모습. 2021.11.02 kimkim@newspim.com |
하지만 사외이사 선임안 역시 통과가 안갯속이다. 지난 18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윤경림 후보의 대표 선임안에는 '찬성'을 권고했지만, 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현직 KT 사외이사 재선임안에는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ISS 측은 반대 이유에 대해 이사회 재직 중 주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적으로 관련된 이사(재판 중인 구현모 대표)를 해임하기 위한 총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지배구조 감독의 실패를 초래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KT가 차기 대표 선임을 두고 진통을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에선 내부 출신으로 KT 대표를 선출하려는 시도가 두 차례나 실패한 만큼 정부 낙하산으로 KT 수장이 꽂힐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월 KT 차기 CEO 공모엔 친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KT가 발표한 대표 후보자 34명 중 18명의 사외 후보자가 여(與)권과 선이 닿는 전직 국회의원 혹은 고위 관료출신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차기 대표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윤 전 장관은 행정고시 12기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만약 KT 대표로 정치권 낙하산이 오게 될 경우, KT가 총대를 메고 정부의 통신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경우 경쟁사 입장에선 따라갈 수밖에 없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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