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파산 위기 속 자금력 약한 은행 우려↑
美 중소형 지역은행 중심으로 예금 감소 현상
보유 현금 적으면 SVB 같은 파국 피할 수 없어
대형은행도 경영체력 약하면 순식간에 무너져
이 기사는 3월 27일 오후 11시53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붕괴 이후 미국 지역은행의 도미노 파산 위기 속 기초체력이 약한 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확산했다.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으로 타격을 입을 다음 표적이 누가 될지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중소형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예금 감소세가 뚜렷해서다.
금리 인상 국면을 버티지 못하고 SVB가 주저앉으면서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다른 은행들은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등 향후 발생할 위기 상황을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특히 지역은행은 자본 여력이 대형은행에 비해 부족한 만큼 경영상 허점이 드러나면 언제든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진=블룸버그] |
중소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대형은행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몸집이 크다고 전이 위험에서 자유롭진 않다. 세계 9대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는 금리 인상과 부실 경영의 합작품이었다. 잇따른 투자 실패로 지난해 말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영업 실적을 기록한 CS는 대형은행이라도 경영 체력이 약하면 언제든 표적이 되고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겼다.
지난 주말엔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휘청였다. CS가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AT1, 일명 '코코본드')이 전액 상각 처리됐는데, 미국 투자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에서 AT1 비중이 높은 은행 중 하나로 도이체방크가 회자되면서 매도세가 거세졌다. 시장의 우려가 은행 자체를 넘어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 등에 집중된 것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추가 위기의 불씨는 어느 정도 잡힌 듯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 은행권 줄파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다.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와 퍼시픽웨스턴뱅크 등 자금력이 약한 지역은행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예금이 은행에 대한 신뢰 위기의 진원지"라고 지적했다.
예금이 없으면 은행도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중소형 은행들은 지난 15일까지 단 일주일 동안 1200억달러의 예금을 잃었다. 이는 25대 은행에 계절 조정 기준으로 670억달러의 신규 예금이 유입된 것과 비교된다. 이 기간 전체 은행권에서 순유출된 금액은 980억달러였고, 전체 산업 예금은 17조5000억달러로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SVB 붕괴를 이끈 직접적 원인은 뱅크런이었다.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이었던 SVB는 미국 벤처 기술 및 생명과학 기업의 거의 절반가량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금리가 오르고 투자가 줄어들자 이들 IT 기업들은 은행에 맡겨 둔 예금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SVB는 엄청난 손해(18억달러 추정)를 보면서도 보유한 국채를 팔아 이들에게 돌려줄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은행이 보유한 현금이 적다면 뱅크런 발생 시 SVB와 같은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 10일 이후 유동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퍼스트리퍼블릭·퍼시픽웨스턴·웨스턴얼라이언스·시온스은행 등 중소형 지역은행에서 예금이 급격히 이탈하는 한편 주가도 폭락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은행이 자산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보유한 현금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6일께부터 예금 유출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났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 다른 은행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불거지면 유출입 흐름이 또 바뀔 수 있다고 본다.
kimhyun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