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이창기)의 대학로 극장 쿼드 제작공연 '다페르튜토 쿼드'가 '대립의 공존'을 주제로 코로나 이후 공연에 대한 한 갈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오는 16일까지 대학로 극장 쿼드에서 공연 중인 '다페르튜토 쿼드'는 적극 연출이 진행해온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연작 시리즈다. 극장 쿼드와 함께하는 공연의 의미를 제목과 내용에도 충실히 담았다. 오로지 빛과 어둠으로 구분되는 무대와 객석, 추상적이면서도 철학적 의미를 내포한 퍼포먼스, 사운드를 통해 관객들은 완전히 새로운 연극적 경험을 마주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대학로 극장 쿼드 제작공연 '다페르튜토 쿼드' 공연 장면 [사진=서울문화재단] 2023.04.12 jyyang@newspim.com |
◆ 낯설고도 실험적인 무대…4원소와 신화·고전에서 차용한 상징과 묘사
'다페르튜토 쿼드'는 이탈리어로 '어디로나 흐르는'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다페르튜토(Dappertutto)의 '탈장소성'과 쿼드(Quad)라는 '장소 특정성'의 공존을 나타낸다. '대립의 공존'을 주제로 관객들은 내용과 형식에서 여러 순간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된다. 4개의 막은 불, 물, 대지, 공기 4원소의 운동성을 중심으로 균과 미생물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오브제, 사운드, 움직임이 융합돼 독특하고 실험적인 무대를 만들어 낸다.
'다페르튜토 쿼드'는 시연자들의 대사가 없고, 객석과 무대가 구분돼있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공연이다. 적극 연출은 공연장 내 스크린을 통해 최소한의 텍스트와 직관적인 설명으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관객들은 빛이 들어오는 무대 공간, 어둠으로 표현되는 객석을 오가며 퍼포머들과 오브제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관객 촬영회차에 한해 모든 공연 장면은 촬영이 가능하며 유튜브에 지정된 형식으로 업로드할 수 있다. 전막 공연은 극장 내에 흐르는 소리를 스크린 속 자막으로 곁들인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진행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대학로 극장 쿼드 제작공연 '다페르튜토 쿼드' 공연 장면 [사진=서울문화재단] 2023.04.12 jyyang@newspim.com |
불을 주제로 한 1막의 불꽃과 시위자, 경찰을 형상화한 행동과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물을 주제로 한 2막의 죽음과 삶의 경계, 대지를 키워드로 한 3막에서는 베케트의 미로, 톨스토이의 미로를 표현하고 관련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4막에서는 공기를 주제로 삼아 균, 미생물의 기원과 생명 탄생의 순간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막의 개념을 보여주며 공연이 마무리된다.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인 묘사로 가득하지만 적극 연출은 관객들을 계속해서 의문에 빠뜨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 마치 추상화 같은 연극적 표현…모든 요소로 그리는 '대립의 공존'
적극 연출의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이번 공연은 더없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 공연은 미술의 추상화, 문학의 시, 현대무용과 같은 형이상학적이고 상징적인 오브제와 움직임, 묘사로 가득하다. 짐을 맡기고 방석을 든 채 입장한 관객은 극장 쿼드의 조명이 바뀔 때마다 관람하는 자리를 옮겨다닌다. 연극의 3요소를 이루는 관객이 바로 관람자이자 행위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가변형 객석의 이동 뿐만 아니라 공연을 원하는 시각에서 감상하고, 여러 퍼포머와 오브제 중에 원하는 것을 선택해 더욱 집중 관람이 가능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대학로 극장 쿼드 제작공연 '다페르튜토 쿼드' 공연 장면 [사진=서울문화재단] 2023.04.12 jyyang@newspim.com |
'다페르튜토 쿼드'의 내용보다 더욱 집중하게 되는 건 공연의 형식이다. 적극 연출은 2년 전, 새로운 극장 쿼드에 어울리는 연극을 상상하며 지금의 공연을 준비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 일방향적이고 수동적인 상태에 머무르는 관객은 여기엔 존재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의도와 선명한 설명을 곁들인 이야기도 필요하지만, 연극이 나아갈 한 갈래의 방향으로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관객들은 공연을 지켜보는 동시에 행위하며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대립의 공존'을 스스로 실현한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