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학교 앞 문방구는 옛말이 됐다. 학령인구 급감은 학교뿐 아니라 주변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놀던 아이들은 온데간데없다. 문방구가 사라진 자리는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가 차지했다.
소가윤 사회부 기자 |
학교의 상징인 문방구의 폐점은 문 닫는 학교가 늘어나는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950만 인구의 서울 학교도 위태하다.
최근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학교들의 폐교도 잇따르고 있다. 2015년에는 금천구 홍일초, 2020년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문을 닫았다. 지난 2월에는 개교한 지 40년이 넘은 광진구 화양초가 폐교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일반계고 최초로 도봉고가 폐교되기도 했다.
올해 서울 605개 초등학교 중 신입생이 50명 이하인 학교는 107곳이다. 5년 전보다 40곳이 늘었다. 신입생이 20명 이하인 학교도 7곳이나 된다.
사실 이 같은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은 예견됐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의 대응은 폐교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듯하다.
대책이 없진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소규모 학교가 늘자 2017년부터 전교생이 240명을 넘지 않는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하게 하는 '서울형 작은학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상징성 등 학교별 특색을 갖춰야 사업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작은학교 선정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교'를 대안으로 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부터 '서울형 분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3개월째 다양한 학교 모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분교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전성을 고려해 저학년은 거주지와 가까운 분교에 배치하고 고학년은 본래 학교에서 통학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운동장을 별도로 짓지 않고 실내 체육시설만 확보할 수도 있다.
소규모학교와 유사한 형태인 '미니 학교'도 여러 대안 중 하나다. 기존 소규모학교를 분교로 개편해 학교를 더 잘게 쪼개는 방식이다.
'서울형 분교'라는 파격적인 제안은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어드는 속도에 비해 적극적 대안을 마련하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도시계획법이나 초중등교육법, 학교용지법, 교육환경보호법 등 현행법에서 고려해야 할 조건이 많다는 점도 변수다.
학교 부지와 건물의 적합성, 운동장 최소 넓이 등을 고려하고 교육환경평가제도도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연구 검토 중인 중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협의를 거쳐 실제 주거시설에 학교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학교 앞에서 자취를 감춘 문방구는 몰락해 가는 학교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겠다. 대책 연구만 하다가 학교가 있어야 할 자리는 학생 없는 텅 빈 부지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 TF까지 구성한 만큼 하루빨리 획기적인 방안이 확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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