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수업량 적정화 현장 실태 조사
"교사들의 소진과 공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전국 고등학교 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은 '수업량 적정화'가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준비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고 학생들의 자습 시간만 늘었었다고 여기는 교사도 있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6~16일까지 전국 고등학교 교사 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 75.3%가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운영 중인 '수업량 적정화'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신고 고3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2023.03.23 photo@newspim.com |
수업량 적정화는 고등학교 이수 학점을 204학점에서 192학점으로 줄여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다양한 선택 과목 이수가 가능하도록 여분의 수업량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올해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생을 대상으로 수업량 적정화를 도입했다.
교사들은 수업량 적정화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로 다과목 지도로 인해 평균 수업시수가 늘어나고 여러 과목 수업을 준비하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 없는 자습 시간으로 변질됐다는 점 등을 꼽았다.
중등교사노조 관계자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맞춤형 학습을 하겠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심각하게 왜곡돼 파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수업량 적정화 파행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규교육과정 이외에 교사의 시수와 업무 증가'(79.7%)를 선택했다. 이어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대한 업무 부담'(60.1%), '고교학점제 취지 왜곡'(56.3%) 순으로 나타났다.
전북 지역의 한 교사는 "공강 시간으로 시수는 잡혀지만 실질적으로는 독서 등의 특색 교육으로 운영한다"며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당연히 만들어서 운영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학교는 무능하고 참여하지 않는 교사는 열정이 없다는 식의 반응이나 관리자의 운영 방식은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지역의 한 교사는 "수업 적정화 취지와 맞지 않게 학생 전체를 7교시까지 남게해 시수도 잡히지 않은 그 시간을 교사들이 지도하고 있다"며 "바뀐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그 시간을 활용할 방안까지 계획하여 운영하는 부담이 가중됐다"고 꼬집었다.
교사들의 45.6%는 수업량 적정화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교사 정원을 확보하고 수업 시수를 경감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송화 전국중등교사노조 제1부위원장은 "교사들의 정규 수업과 업무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러한 파행 운영은 결국 교사들의 소진과 공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러한 수업량 적정화 파행 운영에 대해 지도·감독의 의무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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