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금 '빨간날'에 '주4일제' 요구 목소리↑
세계적 흐름…칠레·아이슬란드·스페인 등 노동시간 단축
전문가들 "제조업에선 힘들어…인적 자본 강화 등이 방안"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주 3일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주4일제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며 매일 1시간씩 시흥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백모(30) 씨는 "이번 주에 휴일이 많아서 출근길에 차가 막혀도 평소보다 화도 덜 나고 내내 여유로운 기분이었다"고 심경을 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주5일을 출근하던 직장인들에게 주4일제를 적용하면 '업무 효율성이 늘었다'는 직장인이 지금보다 분명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절, 어린이날이 겹쳐 휴일이 많았던 5월 첫째 주 일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주4일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6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이번주 직장인 커뮤니티에도 주4일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대부분 "주4일제 도입 시급", "언제 주4일제 되나요" 등 간단한 요구 목소리가 컸지만 일부는 "2일 쉬는 것이랑 3일 쉬는 것이 느낌 자체가 다르다. 출근해서도 더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느낌이다", "주4일제는 내수경제 활성화, 국민 건강증진 등 장기적으로 보면 정부 입장에서는 이득일 것"이라는 등 구체적으로 분석한 게시글도 있었다.
[사진=뉴스핌DB] |
◆"주4일제는 세계적 추세"…한국 기업들도 만족도 높아
근로 시간 단축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은 오는 7월부터 주4일제를 도입한다. 연평균 노동시간이 한국과 비슷한 칠레에서도 지난 11일(현지시간) 현행 노동시간을 4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다. 이밖에 벨기에, 미국, 독일, 아이슬란드, 호주 등 일부 국가도 주4일제로 향하는 추세다.
한국의 일부 기업도 이미 자체적으로 주4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요일을 지정해 주4일제를 실시하는 회사도 있고, 주 35시간 근무제 등을 도입해 일주일 중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를 더 쉴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 회사도 있다.
주4일제를 시행한 회사의 직원 만족도는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지난해 7월부터 매주 금요일을 휴무로 하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후 자체적으로 직원의 만족도를 실시했는데, 직원 10명 중 9명이 '만족한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임금 감소 감당할 수 있나…"한국형 맞춤 대안 필요"
주4일제 시행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 감소'다. 주4일제의 핵심은 임금을 유지하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강국이라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종대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제조업은 공장과 함께 돌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해외나 일부 소프트웨어, 교육업 등에서 시행하는 주4일제를 우리나라 제조업 등에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 또한 "우리나라는 기업 특성상 제조업도 많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도 커서 일괄 적용도 어렵다"며 "요즘에는 특히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은 상황이기에 주4일제를 논의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노동자 측과의 합의에 있어 '임금 유지'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서 세브란스병원은 주4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10% 임금삭감을 실시한 바 있다. 주4일제로 인한 인력 충원 등 별도 비용이 드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결국 당장 주4일제로 향하기 위해서는 업무 강도를 높이는 등의 방법밖에 없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근무 시간 중 은행에 가거나 커피를 사러 가는 등의 행위가 허용되지만 아이슬란드는 그렇지 않고 회의도 5~10분으로 짧게 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대학의 현장 중심 교육 커리큘럼 강화' 등으로 주4일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팀장은 "현재 대학의 교육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어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새롭게 교육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현장과 연계된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인적 자본에 대한 역량이 강화된다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주4일제 등을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