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대응에 일반투자자 피해만 키워
"4월 초 제보 받아"…관련 자료 쥐고 보름간 방치
김익래‧김영민 회장 총 1061억원 챙겨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금융당국이 지난달 초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주가조작 혐의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투자자 보호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검찰이 주가조작에 가담한 인물과 함께 수백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제보를 받았던 금융당국 실무진까지 검찰 수사가 이뤄질지 업계는 주목한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3.05.04 ymh7536@newspim.com |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초 삼천리·다우데이타·하림지주·대성홀딩스·세방·선광·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에 대한 언론사 제보 등으로 이번 사건 징후를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4월 초에 인지가 돼 금융위원회가 먼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SG증권발 폭락 사태 관련 인지 시점에 대해 "제가 들은 건 아주 최근"이라고 말한 바 있다.
SG증권발 매물 폭탄에 연일 급락세를 탔던 8개 종목 중 상당수에 대해 시장에서는 작년부터 이미 '작전설'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금융위의 인지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한다.
통상 주가조작 혐의가 있는 종목이 적발될 경우 금융위는 중대한 사안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공동 조사를 벌인 뒤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보 자료들을 쥐고 있다가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금감원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주가조작 세력이 피해자들의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계좌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추가 거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했으나,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설 것이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블록릭)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3.65%)를 주당 4만 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도 같은 달 17일 시간외매매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 주(지분 2%)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매도 금액은 456억원에 이른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빠른 대처가 있었다면 이 같은 투자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이 최초 제보받은 직후 한국거래소에 해당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요청 및 관리 종목으로 지정했을 경우 대규모 매도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주가조작 세력이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2~3년에 걸쳐 천천히 시세조종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당국의 감시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CFD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 제보를 받은 게 4월 초순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 초기에 금융감독원 및 남부지검과 공조하지 않고 단독 조사를 했다고 한다"며 "제보 후에 본격 조사 착수까지 시간이 지체되면서 주가 폭락 사태가 빚어진 게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수사 관련) 정보가 샌 것은 분명하다"며 "금융위원회의 늑장 대응 여부, 귀책사유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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