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절차 무시·저출생 해결도 어려워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함께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10일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도입 절차에 맞치 않고 복지 서비스 영역에 들어가야 할 돌봄을 민영화하는 등 저출생 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노동시장에 외국 인력이 들어오는 것은 국내 노동자 공급이 부족해질 때 이뤄진다. 따라서 내국인 노동자의 시장 진입과 관련한 정책을 고려하고 이후에도 관련 인력이 충족되지 않을 때 외국 인력을 검토하는 것이 외국인 고용과 관련한 일반적인 절차로 여겨진다.
시민사회에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노동시간 축소 정책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뉴스핌 DB]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2012년 연구 보고서를 통해 먼저 노동시장의 인력 부족과 그 원인을 엄밀하게 파악하고 외국인력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업종과 직종에 따라 내국인 일자리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내수시장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은 이 같은 절차를 무시했다는 게 노동계 반응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 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면서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내국인 노동자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니 외국인 노동자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데 성급하게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기존에 시행하던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과정 없이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정책을 이슈로 만들어 밀어붙이는 모양새"라며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인권침해와 임금 문제를 비롯해 아동 양육 서비스 질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출생 해결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싱가포르와 홍콩을 언급하며 외국인 가사 노동자가 저출생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지만 정작 이들 국가는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월 200만원을 지출하면서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가정에서 쓸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박민아 활동가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이 아니고서야 실효성이 있겠냐"라며 "아이를 대신 돌봐줄 테니 일을 하라는 식의 정책이 아닌 노동시간을 줄여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노동을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식으로 민영화할 것이 아니라 공공분야로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73개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돌봄, 요양, 의료 등 공공성을 높여야 할 사회서비스 분야도 민간과 시장에 넘기고 있다"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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