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장 등지 흡연·독신숙소 '물뽕' 복용
총기·전투기·함정 근무 '대형사고 위험'
'20년 9명 9건→'22년 30건 34명 급증
마약류 범죄땐 '군 전투력 손실' 심각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군대도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다.
마약류 오·남용이 사회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는 가운데 마약이 우리 군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전·평시 총기를 소지하고 전투기를 조종하며 함정 근무를 해야 하는 일선 장병들이 마약을 흡입하게 된다면 우리 군의 전투력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
공군수사단이 2023년 5월 연 '마약 범죄 동향과 대응 전략' 초청 강연에서 참석자들이 마약 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
◆마약류 범죄, 간부 18%, 병사 82% 차지
특히 군대 특성상 마약으로 인한 범죄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독버섯처럼 확 퍼질 수 있어 선제적인 예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선제적이고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고위험 임무 종사자들과 부대 시설물에 대한 예방적 검사로 군 내 마약류 유입을 사전 차단하고 관리 강화에 나섰다.
무엇보다 마약류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에 익숙한 10~30대 마약사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SNS를 이용한 유통 경로가 다양화되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비대면 거래 등 접근성이 쉬워짐에 따라 군내 마약류 범죄도 급증 추세다.
지난 ▲2020년 9건 9명 ▲2021년 20건 20명 ▲2022년 30건 34명으로 발생 건수와 인원이 무려 3.3배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지난해 마약류 범죄에 대한 신분별 상황을 보면 간부가 6명으로 18%, 병사가 28명으로 82%를 차지했다.
마약류 종류별로는 지난해 필로폰·엑스터시 등 향정신 50%, 대마 47%, 코카인·아편 등 마약 3%였다.
최근 군대 마약류 범죄 사례를 들여다보면 그 심각성은 더한다.
일부 대에서는 병장 등 12명이 대마초를 반입해 샤워장 등지에서 흡연하고 동료 병사들에게 판매까지 하면서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일부 부사관은 다크웹에서 대마초를 구매해 흡연하고 독신숙소에서 GHB(일명 물뽕)까지 제조해 복용하는 등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2023년 5월 전군 수사단장 간담회를 열고 있다. 최근 군 내 마약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수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진=국방일보] |
◆이종섭 국방장관 "마약류 근절책 철저 추진"
우리 병영에서 지금까지는 마약류 범죄가 아무리 소수 인원이라고 해도 일단 범죄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이미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군 특성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조직 문화로 인해 마약류 범죄에 대한 위험 요인에 쉽게 노출돼 있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다. 전통적인 마약류보다 저렴한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국제 마약 조직의 국내 공급 확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약을 힙(hip)한 문화로 받아들이고 호기심으로 접하는 등 마약류에 대한 낮은 의식이 마약류 범죄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19일 군 수뇌부와 함께 마약 없는 건강한 병영문화 조성을 위한 군 마약류 종합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장관은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수호를 목적으로 총기류 취급 등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면서 "병영 내 마약류 반입과 오·남용은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강력 주문했다.
이 장관은 "지금이 군내 마약류 근절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갖고 국방부와 각 군이 한마음으로 관련 대책을 철저히 추진해 달라"고 특별 지시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