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유 사업, 전체 영업이익의 40% 넘어서
정제마진 하락에도 높은 수익성 기록해
전기차 윤활유 시장 2031년 23조 규모 성장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시황 악화에 이어 정제마진이 떨어지는 등 정유업계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활유 사업이 높은 수익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이에 정유사들이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에 나서는 등 관련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4조7600억원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반면 올해 1분기 정유 4사의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총 6114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1조4500억원)의 약 42%를 차지했다.
에쓰오일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윤활유. [사진=에쓰오일] |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은 259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2.5% 늘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의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은 125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6.7% 증가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윤활기유 영업이익이 308억원으로 87.8% 늘었다. S-OIL의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은 1958억원으로 작년 동기(1953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정제 마진이 대폭 떨어지면서 윤활유 사업이 정유사들에겐 일종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정유업계 수익의 척도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달 기준 평균 3.9달러에 그쳤다.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선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LNG)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경유 수요가 늘었다. 정유사들은 경유 가격이 상승하자 경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윤활유의 기본이 되는 윤활기유 생산을 줄였다. 이에 공급 부족으로 윤활유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정유사들은 휘발유, 경유 등에서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를 생산한다.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더하면 윤활유가 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전기차용 윤활유 수요도 늘면서 정유사들은 관련 제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차량 부품의 마모를 방지해 부품의 효율적인 작동과 수명 연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가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절해 배터리 작동 효율을 높인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유베이스(Yubase)를 기반으로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해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앞서 윤활유를 뜻하는 기존 사명 'SK루브리컨츠(Lubricant)'에서 SK엔무브로 사명을 변경했다. '에너지 효율화'라는 새로운 기업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미래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이다.
GS칼텍스 모델들이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킥스 E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
GS칼텍스도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인 '킥스 EV'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미국 연구기관 SwRI에서 주관하는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해, 글로벌 수준의 다양한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 원료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윤활유와 친환경 제품 용기 개발도 연중 완료할 예정이다.
S-OIL은 지난해 10월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라인업인 'S-OIL 세븐 이브이(S-OIL SEVEN EV)'를 출시했다. S-OIL은 자회사인 윤활유 전문업체 에쓰오일토탈윤활유(STLC)를 통해 하이브리드차량 엔진 전용 윤활유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으며, 액슬(Axle) 오일 등 기타 전기차 전용 제품들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정유사들은 전기차용 윤활유 연구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충전기에 필요한 유체(기름)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윤활유 시장은 2022년 2조원에서 2031년 약 23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