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미호 선사, 국가배상 소송 1심 패소
법원 "정부 보호의무 다해…위법 방임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21년 이란군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화물선 '한국케미호' 선사 측이 억류로 발생한 거액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주식회사 디엠쉽핑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 국가배상(손실보상)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앞서 한국케미호는 2021년 1월 4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중 해양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당시 선장 등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20명이 억류됐고 선원 19명은 약 한 달 뒤, 선장과 선박은 95일 만인 같은 해 4월 9일 이란 해양항만기구에 합의금 명목으로 미화 10만 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선사 측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항해의 위험성과 나포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란 측의 불법적인 억류 상태를 3개월 동안 방임하고 선박을 구호하지 않아 재산상 손해를 야기시켰다며 2021년 9월 국가를 상대로 26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란군에 나포, 억류된 이유가 선사 측의 해양 오염 유발이 아니라 정부가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조치에 동참해 이란 측에게 지급할 석유대금 70억 달러를 동결하는 조치를 한 것에 기인한다며 선사 측에 발생한 특별한 희생을 보상할 의무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란 정부와 협상을 통해 당초 요구했던 배상금 액수를 100분의 1 이상으로 줄이는 등 의무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선사 측은 소송 도중 선박과 선원들의 나포·억류로 인해 발생한 영업이익 상당 손해액 5억1700여만원과 영업이익 이외 손해액 9억3900여만원 등 청구액을 26억원에서 약 14억5600만원으로 줄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박의 나포, 억류 및 이란 정부 측의 합의 과정에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집행상 고의나 과실로 위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국가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정부는 항해안전가이드라인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 안전을 확인했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 및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나포, 억류 직후부터 이란 정부 측과 수차례 접촉해 선박 및 선원의 억류 상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인 협의를 진행했다"며 "피고가 정부로서 취한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했다거나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한 보호 의무를 게을리 해 억류 상태를 위법하게 방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가 선사 측과 이란 정부 사이의 합의 과정에서 선사가 해양오염을 발생시켰다고 허위로 자백하게 하고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한 권리구제를 포기하게 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국가 혹은 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에 동참해 이란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는 구체적인 공권력의 행사를 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선사 측의 헌법상 손실보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설령 피고가 경제 제재 조치에 동참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적 과제 수행을 위해 원고의 구체적인 재산적 권리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가 입은 손실의 보상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도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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