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니신도시 발표 '뜬금포' 아닌 이유…K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 의미
윤석열정부 건설부동산정책 컴팩트시티'·'뉴:홈'상징성…청년·인구문제 사회정책도 내포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주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공공택지 지정을 발표했다. 이는 당초 보도계획 일정에 없던 것으로 바로 전 날 출입기자단에게 엠바고를 걸었다. 엠바고는 보통 추측성 보도 외에도 정보가 사전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알림 문자에는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라는 제목 한 줄만 보내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 때 기자가 떠 올릴 수 있는 키워드는 '공급부족'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5년간 수도권에서만 서울 50만호 등을 포함해 15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로드맵을 이미 제시했지만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이 꽤나 부진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 상태대로라면 첫해 목표했던 47만 가구 건설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민간 부문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간공급 중심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되레 공급부족을 우려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간은 경기에 민감하기에 시장논리가 지배한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집값 급락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와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난 등으로 분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민간 분양이 지지부진하니 윤석열 정부가 적극 밀고 있는 공공분양 '뉴:홈'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수도권에 신규 택지를 서둘러 추가 지정해 발표하는 게 아닌가라는 추론이었다.
하지만 이미 수도권 곳곳에 3기 신도시 예정지구가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사전청약을 독려하고 공공분양 비중을 늘리는 방법도 있기에 국토부의 신규 공공택지 지정 발표는 뜬금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평택지제역세권 광역교통 확충 및 모빌리티 연계 구상 [자료=국토부] |
◆ 용인~화성~평택 '경부라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GTX는 왜?
국토부가 이런 '기대감(?)' 속에 막상 발표한 공공택지 지정 지역은 평택이었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기자들 사이에선 "굳이 평택에 왜?"란 반문이 나왔다. 평택은 이미 많은 신도시와 택지지구가 지정된 곳이었고 아직도 분양할 수 있는 필지들이 많이 남아있는데다 미분양 물량이 넘쳐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 평택캠퍼스와 인접한 고덕신도시가 조성되고 있기에 충분히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주무 실장인 권혁진 주택토지실장은 "삼성전자가 100조원을 투자해 4·5·6 공장 증설하게 되면 관련 소부장 기업 입주 수요도 함께 이뤄져 7만명의 직주근접 수요가 발생한다"면서 4만~5만가구 주택수요 가운데 평택지제역 공공택지에서 3만3000가구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 평택캠퍼스의 확대와 고덕산단 배후에 좋은 주거지를 만들어 우수한 청년 인재와 기업이 모여들게 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특히 용인~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완성을 위해선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혁신적 대중교통수단이 필요한데 그게 GTX다. 실제 국토부는 GTX A노선 종착역인 화성에서 연장하는 방안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고 C노선 연장도 연결 기반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평택지제역은 이미 국철 1호선과 SRT노선의 정차역이지만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 진입하기 쉽게 다양한 GTX 노선이 건설 중이고 여기에 환승하기도 유리해 '서울생활권'이란 인식이 깔릴 수 있다. 수도권만 해도 서울과 인접한 도시를 빼고는 외곽지역은 청년 구인난에 허덕인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심지어 청년들의 취업지역의 커트라인을 판교까지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수도권 집중화도 서울 인접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문제다. 이런 관점에선 이번 공공택지 지정은 '뜬금포'가 아닌 정부의 고민에서 나온 발표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 윤석열정부의 건설부동산 정책 상징성 '컴팩트시티'와 '뉴:홈'
이 같은 표면적 명분 외에도 또 하나 살펴 볼 수 있는 배경의 관점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지역 대부분이 전 정부에서 발표한 3기 신도시에 기반하는 것에 '찜찜함'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새로운 정부에 들어서면 정권 차원에서 저마다 밀고 있는 주택공급정책이 있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각각 2기와 3기 신도시 정책으로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을 내세웠다. 또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보금자리주택과 행복주택이라는 주거 유형을 제시했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각 정권의 건설부동산정책의 상징성으로 각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상징성은 뭘까. 수도권 외곽이라도 직주근접할 수 있는 '컴팩트 시티'와 다양한 계층의 주거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주택 '뉴:홈'이다. 지난해 김포 한강2신도시를 첫 컴팩트 시티로 명명했지만 직주근접으로 보기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인접한 김포와 인천 검단 등의 교통상황은 최악인 상황에서 김포 한강2신도시마저 들어설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더 더욱 5호선 연장을 서두르고 있고 GTX D노선 추진도 독려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평택지제역 미니신도시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상징적 건설부동산정책이 될 수 있다. 앞서 얘기한대로 반도체 클러스터의 확장에 따른 일자리 수요 증가와 기존에 깔린 광역철도 기반 시설에다 GTX A, C노선 그리고 KTX까지 신규 확충되니, '컴팩트 시티'로서 완벽한 면모를 갖출 수 있는 주택공급지역으로 제격인 곳이다.
뉴:홈의 핵심은 청년들의 주거권에게 맞춰져 있다. 나눔형, 선택형, 일반형 모두 청년(신혼부부)들의 사정에 맞게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평택이 선택된 배경에는 이 같은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청년문제와 함께 인구감소를 그나마 저지할 수 있는 사회정책이 될 수 있는 지도 주목되는 이유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