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600조원 시장 전망에 非배터리 기업도 동참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최근 유럽연합(EU)이 폐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이하 배터리 법)'을 승인한 가운데 기업들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에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EU의 배터리 법에 정부의 순환 경제 정책이 맞물리며 폐배터리 산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사진=픽사베이] |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뿐 아니라 포스코, 영풍 등 다양한 기업들이 폐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유럽 의회는 최근 배터리의 생산 폐기 등의 규정을 담은 배터리 법을 승인했다. EU 배터리 법은 배터리 전 주기에 걸친 지속가능성과 순환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오는 2031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해당 법률 시행 8년 후부터는 생산 단계부터 코발트 16%, 납은 85%, 리튬과 니켈은 각각 6%의 원료 재활용 의무가 부여된다. 13년 후에는 코발트 26%, 납 85%, 리튬 12%, 니켈 15% 등으로 재활용 비율이 상향된다. 오는 2027년까지 폐배터리에 있는 리튬의 최소 50%를 의무적으로 회수해야 한다. 코발트·구리·납·니켈은 각각 90%씩이다. 2031년에는 리튬 80%, 코발트·구리·납·니켈 95%로 의무 수거 비율이 확대된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법이 추진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탄소중립 이행과 핵심자원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산업계 전반에 순환 경제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를 포함한 9대 주요 산업별 순환 경제 프로젝트인 '순환 경제(CE 9)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게 골자다. 해당 프로젝트는 생산 공정 부산물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부처 참여 협의체를 구성 및 운영하고 국내외 재생원료 공급망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CE 9 프로젝트'를 통해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태양광 가로등, 전기차충전시스템 등 재사용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재사용 배터리 안전성 검사제도를 마련한다. 현재 제주·나주·울산에 운영 중인 재사용 센터를 보령 등에 추가로 조성하고 재활용을 늘리기 위해선 포항에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순환경제 대표 비즈니스 사례. 유미코아(벨기에)는 금속 원료·소재를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폐가전, 핸드폰 등 폐자원로부터 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재자원화 분야에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이에 기업들의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중국 코발트 생산 업체인 화유코발트와의 리사이클링 합작법인을 통해 폐배터리에서 니켈·코발트·리튬을 추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LG엔솔은 LG화학과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Li-Cycle)'에 지분 투자를 단행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라이사이클은 10년간 LG엔솔에 2만t의 재활용 니켈을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수명이 다한 이차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인 성일하이텍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지난해 12월 맺었다. 이를 토대로 성일하이텍과 국내 첫 번째 상업공장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성일하이텍의 지분 도 보유하고 있는 삼성SDI는 배터리 불량품이나 폐기물을 성일하이텍에 공급하고 성일하이텍이 원료를 추출해 다시 공급받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폴란드에 연산 7000t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했다. 유럽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해 중간가공품(블랙매스)을 만들게 된다.
배터리와 거리가 멀었던 기업까지 재활용을 중심으로 한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비철금속업체 영풍이 전고체 배터리 전문기업 미국 팩토리얼과 배터리 핵심소재 자원순환 분야 협력에 나선다. 향후 팩토리얼이 운영할 미국 메사추세츠 워번의 배터리 공장에서도 영풍과 배터리 핵심소재 자원순환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으로 영풍은 기존의 삼원계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더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은 올해 7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30년에는 12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