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얼·스레드·베타 3사 격돌
솔직하고 꾸밈없는 나에 대한 니즈 만족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인플루언서 중심의 과도한 보여주기식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지친 사람들을 겨냥한 일상 기록 서비스가 출시되는 가운데 LG유플러스까지 SNS 사업에 진출했다.
기자가 사용해 본 비리얼의 화면. 화면의 후면과 전면이 함께 찍히는 방식이며 알림이 울린 후 2분 안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 [사진=조수빈 기자] |
기존의 SNS 서비스에서 탈피하고자 시작한 서비스는 프랑스의 비리얼, 메타의 스레드, LG유플러스의 베타다. 세 기업 모두 지인과의 연결, 인플루언서를 주축으로 형성되는 과시형 콘텐츠 등에 대한 피로도를 유발한다는 점에 주목해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프랑스의 비리얼은 '안티 인스타그램'이라는 키워드로 2019년 출시된 SNS다. 하루에 한 번 알림이 울리면 2분 안에 사진을 촬영해 업로드해야 한다. 알림 시간은 무작위다.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기존 SNS와는 달리 알림이 울린 이후 2분 내 사진을 찍어야 해 '설정샷'을 쉽기가 쉽지 않다. 수정은 가능하지만 역시 2분이라는 제한시간이 주어지며, 수정을 얼마나 거쳤는지도 함께 게시된다.
후면과 전면 카메라가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이며 전면 카메라에 사용자의 모습이 어떻게 찍히는지는 찍고 난 후에야 확인이 가능하다. 보정 기능도 없다. 당일 자신의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사진도 구경할 수 없다는 것이 비리얼이 사용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이다. 하루가 지나면 그 전의 사진을 구경할 수 없는 휘발성이 특징이라 예전 게시물을 꾸준히 검열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내놓은 SNS 스레드는 트위터와 유사한 텍스트 중심의 서비스다. 500자의 글자 수 제한이 있고 좋아요, 공유, 리포스트 기능을 지원한다.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으로 가입도 쉽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유머글을 올리거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다는 직관성에 힘입어 지난 5일 출시 이후 5일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다.
LG유플러스가 출시한 SNS 서비스 베터의 3개월간 성과. [자료=LG유플러스] |
한국에서도 새로운 SNS 모델이 등장했다.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일상 공유 SNS '베터'다. 베터는 비리얼과 스레드의 중간격 서비스로 1000자 이내의 글을 기록할 수 있는 사진과 텍스트 기반의 서비스다. 특이한 점은 특정 주제인 일상, 운동, 취미, 맛집 등 카테고리별로 사진이나 글을 업로드하거나 자신의 목표를 설정한 후 달성 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목표달성' 등 사용자가 공유할 수 있는 일상을 세분화했다는 점이다.
김귀현 LG유플러스 통신라이프플랫폼 담당은 "베터는 주제별로 자신이 쌓아가고 싶은 과정을 기록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라면서 "비리얼 역시 본인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서비스지만 베터는 기록을 매개로 한 아카이빙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취지가 다르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한계 뛰어넘는 LG유플러스...SNS 수익 모델은 '아직'
베터는 플랫폼 전문 기업, IT 전문가들이 만든 SNS와 달리 통신사에서 출발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통신사들은 그간 플랫폼 사업에 다수 진출해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SNS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이후로는 별다른 서비스가 없다.
LG유플러스는 플랫폼 신사업 진출을 위해 조직문화 쇄신에 전격 나서며, 대표(CEO) 직속의 담당 조직을 새로 출범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6월 출범한 스타트업 육성 조직 '인피니스타'는 카카오, 배달의 민족, 쿠팡 등 플랫폼 기업 출신 외부 전문가들을 다수 영입해 만든 신규 조직이다. 김 담당은 "외주 방식이 아닌 내부에서 서비스를 기획, 개발,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내재화를 이뤄가고 있다"면서 "베터 서비스는 플랫폼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부 전문가들이 만든 서비스"라고 말했다.
SNS 서비스 출시는 후발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여전히 SNS 시장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LG유플러스 측은 "SNS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유저가 오래 머무르고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라며 "SNS 시장이 포화상태라기보단 기존 SNS에 대한 피로함이 크다고 해석했고, 휘발성이나 지인과의 연결과의 반대 측면이 강점인 베터가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유저들이 세 플랫폼의 지향점을 이해하고 사용에 참여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세 플랫폼의 수익 모델에도 관심이 모인다. 결국 서비스의 지속성은 수익 창출과도 직결되는데, 지금까지는 별다른 수익모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짝 떴다 사라진 제2의 싸이월드 '본디', 보이스 기반 커뮤니티 '클럽하우스' 역시 초반 인기를 수익 창출로 연계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SNS 서비스의 주된 수익은 광고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사용자 맞춤형 광고를 송출해 플랫폼 이익을 얻고 있다.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의 게시물에 광고를 삽입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 플랫폼 모두 출시 이후 수익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소비자 유인을 위한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