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과정에서 통신자료 제출 명령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통신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의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7일 A사가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출 거부로 인한 과태료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재항고를 기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1.06.16 pangbin@newspim.com |
B씨는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및 친권자지정 소송에서 C씨의 부정행위를 주장하며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법원은 A사에 "2015년 7월 1일부터 2016년 7월까지의 통화내역을 제출하라"는 문서제출 명령을 발령했다.
하지만 A사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따라 제출 의무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법원은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A사는 항고했으나 원심 또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는 문서제출 명령 대상"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A사의 재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문서제출 명령은 증거의 구조적 편재를 시정하기 위해 증거의 제출을 강제하는 제도"라며 "제3자를 포함한 문서의 소지자는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각호에서 정한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어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 2는 이미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의 방법에 따라 통신사실확인 자료를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며 "사실심 법원은 엄격한 심리를 전제로 개별 재판마다 진행 상황, 상대방 당사자의 협조 가능성 등에 따라 제출이 필요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의 내용이나 기간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신사실 확인 자료에 대한 문서제출 명령 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해 통신과 대화의 비밀 및 자유와 적정하고 신속한 재판의 필요성에 관해 엄격한 비교형량을 거쳐 그 필요성과 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철상·민유숙·노정희·오석준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통신비밀보호법과 문서제출 명령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모순되고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지시하고 있어 규범의 충돌이 존재하고, 이는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우선함으로써 해소돼야 한다"며 "과태료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태료 재판에서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수는 없다"는 별개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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