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 쌀 수출 1위국인 인도가 절반에 해당하는 쌀 수출을 잠정 중단하면서 식량 인플레를 부채질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의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날 비(非)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즉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비스마티 품종은 한국 쌀보다 수분기가 적은 긴 모양의 쌀이다. 인도 정부가 이날 비스마티를 제외한 모든 백미 품종의 수출을 중단한 이유는 몬순(우기) 폭우에 따른 작황 악화로 현지 쌀 소매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인도 뉴델리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 [사진=블룸버그] |
비스마티를 제외한 쌀 소매가는 이달 들어 3% 올랐고, 12개월 전보다 11.5% 비싸졌다. 인도 정부는 국내 비스마티를 제외한 백미의 가격을 진정시키고 구입을 보장하기 위해 수출 정책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세계 쌀 수출 물량의 40%를 차지한다. 지난해 인도의 전체 쌀 수출 규모는 2200만톤(t). 이중 비스마티가 아닌 쌀과 싸라기(broken rice·부스러진 쌀알)를 합한 수출 비중은 약 절반 수준인 1000만t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싸라기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쌀 수급의 약 20%가 증발한 셈이다.
이는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흑해곡물협정 중단과 '엘니뇨' 이상기후에 따른 세계 작황 악화로 커지는 식량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실제로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소맥(밀) 9월물 선물 가격은 협정 종료 전인 지난 14일 대비 이날 약 13%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인도는 밀과 설탕 수출에 대해서도 물량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로이터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내 식탁 물가 안정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의 금수 조치는 현지 식탁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진 몰라도 세계 곡물 시장에는 흑해곡물협정 그 이상의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쌀은 세계 30억 인구가 주식으로 먹는 작물로, 기존에 인도산 쌀 수입에 의존해오던 국가들은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하지만 주요 수출국인 태국과 베트남도 작황 악화 등으로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세계 쌀 수출 3위국인 베트남의 싸라기 가격은 이날 5% 급등한 톤당 515~525달러선에 거래됐는데 이는 2011년 이래 최고가다. 주로 베트남과 태국산 쌀을 수입하는 중국, 필리핀 등은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프랑스의 글로벌 무역신용보험사 코파스(Coface)의 이브 바레 연구원은 "세계 쌀 공급 감소 외에도 패닉 반응과 각종 시장 추측들이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를 시작으로 식량 국수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 식량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의 다국적 은행인 DBS뱅크의 라드히카 라오 연구원도 "글로벌 쌀 인플레이션은 이미 지난해 평균 6%에서 올해 6월 거의 12%로 가속화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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