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중국 투자 금지 및 제한 조치 수일 내 발표 예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새로운 소통 채널을 구축하며 해빙 무드를 보이던 미국과 중국 관계가 기술패권 경쟁으로 인해 다시금 삐걱거리고 있다.
연초 중국의 정찰 풍선을 미국이 격추하면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는 지난 5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의 회동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뒤이어 7월 초 방중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새로운 소통 채널을 열었다며 양국이 지속적 외교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달 1일 중국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희귀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미국은 조만간 첨단기술에 대한 미국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 금지 및 제한 조치 발표로 맞불을 놓을 모양새다.
오는 21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방중과 뒤이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 등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긴 하지만,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양국 관계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셔터스톡] |
◆ 대중 투자금지에 '시선집중'
지난 주말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정부가 조만간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에 대한 미국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 금지 및 제한 조치에 대한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미국의 대(對)중국 투자 규제가 매출의 최소 절반 이상을 퀀텀 컴퓨팅이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첨단 분야에서 창출하는 중국 기업들에 국한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 중 한 명은 미 정부가 준비 중인 행정명령은 군사 최종 사용자(MEU, Military End User)에 대한 AI 투자를 제한하고 기타 AI 활동에 대한 투자 통지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최첨단 반도체와 퀀텀 컴퓨팅 분야, 군사 최종 사용자를 위한 AI 활동 등에 대한 미국의 중국 투자는 금지되고, 중국 내 기타 AI 활동에 대해서는 투자가 허용되나 미 정부에 반드시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 투자금지 행정명령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안을 제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최종 법안 발효에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전언이다. 또 발효 전까지 진행되는 투자에 대해서는 제한이 적용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술에 대한 중국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나,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던 찰나인 만큼 첨단기술 관련 대중 투자 제한 최종안은 초기 버전보다 수위가 대폭 낮아져 신규 투자에만 적용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중 투자 제한은 잇따른 보복조치를 초래해 양국이 다지려던 관계 개선 시도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 특히 의회 관계자들은 동맹국들도 대중국 투자 제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 옥죄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결국 그러한 계획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미 상무 장관의 방중 직전에 이처럼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미국이 거듭 사용하는 전략이나 매번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 투자자들의 반발만 높아질 것이며, 바이든의 재선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마크 소벨 전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다양한 엇박자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결국 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 배에 탔고, 좋든 싫든 결국은 대회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중 갈등 심화는 한국의 기업 매출과 대중 수출 규모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새 규제 대상에 포함되거나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