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L자 연출
일본 버블 붕괴와 흡사
아시아 지역에 충격파
중국 증시 전망도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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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월가는 중국의 건설 부동산 섹터 한파가 수 년간 지속되는 한편 이에 따른 후폭풍이 아시아 주변국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부 투자은행(IB)은 중국의 일본화를 경고한다. 일본의 장기 부동산 버블 붕괴와 흡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수 년간 L자 형태의 급락 후 횡보를 연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도시를 중심으로 민간 건설사들의 디폴트 위기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빠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고, 주택 시장의 과격한 하락 후 느린 회복이 수 년간 지속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판단이다.
비구이위안의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블룸버그] |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역시 보고서를 내고 민간 건설사 비구이위안이 최종 디폴트를 낼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이 L자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간 GDP의 25~30%를 건설 부동산 섹터의 위기가 중국 경제 전반에 이미 충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골드만 삭스는 강조한다.
MSCI 중국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
JP모간은 중국 정부가 주택 매입을 종용하기 위해 집값을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매수 심리를 꺾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은 이와 별도로 보고서를 내고 건설 부동산 섹터를 중심으로 중국 경제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률 저하와 금융 섹터의 불균형, 여기에 인구 고령화까지 1990년대 일본과 흡사한 상황이 전개될 여지가 높다는 얘기다.
2021년 이후 본격화된 부동산 섹터의 구조적 조정과 수급 측면의 기류 변화까지 30년 전 일본이 직면했던 악재들이 중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헝다그룹에 이어 최근 비구이위안까지 파산 위기에 내몰린 데 따른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확산, 중국의 거시경제와 금융시장까지 흔들릴 수 있어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JP모간은 강조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년 매출액 기준 중국 건설업계 1위를 기록한 비구이위안의 부채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1조4000억위안에 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1년 중반 건설 업계의 부채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이미 주택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업체들이 디폴트를 냈고, 이들 중 대부분은 민간 업체로 파악됐다.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국 건설사들의 회사채는 대부분 액면가 1달러 당 10센트 내외로 폭락했다. 급랭한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신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힌 셈이다.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둘러싼 경계감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중국 은행권의 디폴트가 2020년 1.9%에서 2022년 말 4.4%로 뛰었다.
시장 전문가들이 주시하는 부분은 중국 지방정부다. 부동산 섹터에 크게 의존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른바 지방정부융자기구(LGFV)의 부채가 66조위안에 이르고, 이를 포함해 재무제표 상 드러나지 않는 부채가 중국 금융시스템과 거시경제에 커다란 위협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을 둘러싼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 1조위안(1370억달러) 규모의 자산 관리 회사 중즈그룹이 투자 펀드의 상환 중단을 결정, 수 천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서 그림자 금융의 리스크에 세간의 조명이 집중됐다.
중국 금융당국과 회계 컨설팅 업체 KPMG가 사태 파악과 해법 마련에 나선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상환 중단 사태를 초래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BK 애셋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금융업계는 중국 부채 위기가 이제 시작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버블 붕괴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이외에 다른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62조달러로, 전세계 자산시장에서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지구촌의 신규 주택 판매와 건축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모간 스탠리는 2023년 하반기 보고서를 내고 부동산 섹터의 위기가 중국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할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인민은행(PBOC)은 8월21일 1년 만기 대출 우대 금리를 3.55%에서 3.45%로 인하했다. 이는 대부분의 중국 가계 및 기업 대출 금리가 연동, 사실상 기준금리로 역할 한다.
이번 금리 인하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진화하는 한편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 주식시장과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인하 폭이 예상보다 작은 데다 5년 만기 대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MSCI 중국 지수 편입 기업들의 2023년 주당순이익(EPS) 성장폭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내리고, 12개월 지수 전망치 역시 70에서 67로 낮춰 잡았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