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 비자 발급 '하늘에 별따기'
비용 및 생활비 부담...까다로운 비자 재발급 조건
비자 발급 요건 완화 · 대학 자율성 보장 필요
미래학자들은 대한민국은 출산 파업중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구 대위기에 이민수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중앙정부는 이민정책에 대한 밑그림이나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과 산업인력 부족해소를 위한 단편적인 논의들이 시작되었지만 국민적 공감대나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정치적 찬반 논쟁만 하고 있다. 이에 뉴스핌에서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저출산 초고령사회에서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현실을 짚어보고, 각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한국형 이민정책(K-이민정책)에 대한 길을 제시해 본다.
[다낭(베트남)=뉴스핌] 박우진 기자 = "한국에 가고 싶지만 돈도 많이 들고 비자 받기도 어려워서 부담이 된다"
베트남 다낭에 있는 동아대 한국어과에 재학 중인 황르(19) 씨는 한국어과 교수를 목표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자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비자 발급이나 비용 문제 때문에 선뜻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유학이나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까다로운 비자 발급과 연장 조건 탓에 쉽사리 한국 유학이나 취업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안웍(20)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어 공부를 위해 한국에 있는 대학교 어학당을 8개월간 다니기도 했다. 한국으로 가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한다. 비자 발급을 원하는 수요에 비해 발급 가능한 비자가 많지 않으니 알선하는 업체나 브로커를 거쳐서 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업체를 통해서 한국 유학 비자를 발급받았는데 당시 베트남 돈으로 2억동(약 1100만원)이 필요했다고 한다. 비용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이나 가족들이 비용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면 대출이나 사채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낭=뉴스핌] 박우진 기자 = 뉴스핌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베트남 다낭 동아대학교 한국어과 학생인 안웍(맨 왼쪽) 씨와 황르(맨 오른쪽) 씨2023.07.28 krawjp@newspim.com |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으로 유학을 가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베트남 학생의 유학 비자는 학사 및 석박사 유학(D-2)비자가 나오는데 6개월 단위로 발급이 된다. 비자 발급때와 마찬가지로 재발급 받는 데에도 일정 금액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재정능력 입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학 졸업을 위해서는 추가로 비자를 연장받아야 하는데 심사 과정에서 통장 내역들을 살펴보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통장 내역 등을 확인하는 이유는 유학비자를 발급받은 경우 시간제 근로 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비자 연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유학에 필요한 생활비 마련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비자를 발급받고자 대출이나 사채를 쓴 학생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이탈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유학 비자 발급 문제가 지속되자 정부에서도 관련 규정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내수 활성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외국인의 방한 활성화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3.03.29 yooksa@newspim.com |
법무부는 지난 7월부터 유학비자제도 개선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유학비자 발급 시 필요한 재정능력 심사 기준이 완화해 입증 기준을 달러에서 원화로 변경하고 학위과정 유학생의 경우 2000만원, 어학연수생은 1000만원으로 기준선을 낮췄다. 특히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 유학생의 경우 학위과정 1600만원, 어학연수생 800만원으로 입증기준이 추가로 완화됐다.
◆유학생 밀어내는 엇박자 '비자정책'...대학에 자율성 보장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학비자 발급 장벽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은 학위과정과 어학연수 과정으로 구분하고 입학허가서 발급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또한 수업료 등 유학 비용은 대학재정에 관한 사항인데, 이 부분을 법무부가 기준을 정하고 심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다. 통장에 잔고가 많다고 유학을 잘하고, 그렇지 않다고 이탈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유학생 담당자들의 주장이다.
유학생 등록금과 관련해 얼마전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법무부는 자체 지침으로 유학생에 대한 입학허가서 발급 기준을 정해놓았는데, 반드시 등록금을 납부해야 입학허가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입학허가서 발급 후 비자를 받지 못하면 등록금을 반환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에 따라 송금에 문제가 있거나 반환 수수료가 발생해 간혹 비자발급 후 등록금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관할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등록금 납부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허가서를 발급하면 허위초청에 해당해 통고처분이나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해 곤혹을 치룬다고 한다.
대학 재정을 염려해 법무부가 이러한 지침을 마련한 것은 아닐 것인데,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지만 혹시라도 문제를 제기하면 향후 비자발급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말도 못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제대학교 캠퍼스 전경[사진=인제대학교] 2023.08.30 |
비자 발급 심사도 마찬가지다. 법무부가 운영하는 하이코리아에 공개된 유학 비자발급 기준은 학력요건, 재산요건 외에 무단이탈 가능성이다. 학력은 고등학교 이상학력과 어학요건을 검증하고 있다. 어학요건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TOPIK점수를 기본으로 했는데, 이번에 사회통합프로그램과 세종학당 점수를 추가했다.
그런데 세종학당은 세계 곳곳에 있지만,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은 해외에 전무하다. 그런데 어학능력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해외에 사회통합운영기관을 설치해서 한국 유학을 준비하는 외국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또한 유학생 유치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단이탈 가능성으로 비자를 불허하는 것이다. 비자영사는 무단이탈 가능성으로 기존 대학평가를 한다. 이것이 '빈익빈 부익부'라는 것이다. 대학평가에서 컨설팅 또는 비자제한 등급인 하위대학으로 평가 받으면 사실상 비자발급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니 유학생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이 아닌 비자가 잘 나오는 대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경기 북부 소재 전문대학에서 유학생 업무를 담당하는 김모 국제교류처장은 "대학 평가를 기존 유학생 중 무단이탈한 비율을 가지고 심사하는데, 이것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체 재학 유학생 대비 무단이탈 학생 수를 계산해야 하는데, 현실은 최근 1년간 입학한 유학생을 분모로 하고 전체 무단이탈 학생 수를 분자로해 무단이탈 비율을 계산하고 있다.
이 경우 "코로나 등 특별한 시기나 학교 사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유학생을 모집하지 못한 경우 분모가 줄어들어 계속 하위대학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도 눈물겹다. 수업참여 일수를 일일히 확인하다 결석이 잦아지면 담당 교수가 면담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필요하면 장학금으로 재등록을 유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등록을 하지 않고 사라지면 유학생 담당직원이 소위 '체포조'를 만들어 찾아다닌다. 하지만 이탈 유학생의 소재를 파악해도 본인이 귀국을 거부할 경우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신고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한다.
이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서광석 교수(인하대 이민다문화정책학과)는 "입학에 관해 대학 자율성을 부여하고,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지역대학과 연계해 체류관리에 협력하고, 최종적으로는 유학생이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외국인 유학생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해 주어야 유학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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