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노동조합 운영비원조 현황 사례 발표
일부 대기업, 노조 전용 자동차·현금 지원 적발
근로시간 면제한도 283명 초과 사업장도 확인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의 불법 지원 관행이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전용 자동차를 회사에서 지원받거나, 현금 수억원을 노조 지원비 명목으로 지급받기도 했다. 근로시간면제자 한도도 수십명을 초과해 부당하게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대기업 노조와 사용자 간 이어온 불법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사용자와 결탁한 어용노조의 불법행위가 사측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에도 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8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노사관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불법적인 노조 전임자와 운영비 원조 운영실태를 파악하고 부당노동행위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지방관서장, 주요 실·국장 등이 참석했다.[사진=고용노동부]2023.08.28 photo@newspim.com |
그러면서 내달 초 발표할 대기업 노조의 '근로시간면제 및 노동조합 운영비원조 현황' 조사 결과에 대한 대표적 사례도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노조 전용 자동차 10여대와 수억원 규모의 현금을 사용자로부터 받은 노조, 노조 사무실 직원 급여를 지원받은 노조 등이 적발됐다.
근로시간 면제자가 315명으로 면제한도를 283명이나 초과한 사업장도 확인됐다.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근로자대표의 조합활동 또는 노동관계법상 대표활동을 위한 시간을 임금손실 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즉, 그동안 노조 활동을 핑계 삼아 실제 일을 하지 않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보수를 지급했던 것이다.
이 장관은 "다수 사업장에서 노조와 사용자가 담합해 제도를 위법·부당하게 운영하고 있었다"면서 "사용자의 위법한 근로시간면제 적용과 운영비 원조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내달 초 해당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마무리해 발표하고,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독을 통해 시정할 방침이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공개한 몇몇 사례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면서 "전수조사 결과에서 추가적인 위법 행위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 한다는 방침을 취해왔다. 윤 정부가 앞세운 3대 개혁 중 하나인 '노동개혁'이 '노조개혁'에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고용부가 앞장서 진두지휘했다. 이 장관은 "노동개혁의 출발점인 노사법치주의는 단순히 사용자나 노조를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며 "노사법치주의를 통해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고 불법 관행을 개선하면 노사 모두 '윈윈'하는 미래지향적 노동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용부는 노조가 그동안 이권 카르텔을 공고히 하는데 사용자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정부의 적극 개입도 예고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적극적인 실태조사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노사 자율에만 맡겨왔다"면서 "노사는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