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적인 언어이자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래어와 외국어 그리고 신조어가 무차별 하게 남용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드라마, 영화, 인터넷과 SNS엔 신조어 등이 넘쳐 납니다. 이에 뉴스핌은 미디어에 쓰인 한글 오남용과 함께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풀어 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SNS 등 온라인 사용자가 급증, 신조어의 양상이 달라지는 추세다. 말의 소리와 유기적인 자모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한글(한국어) 사용이 직관적인 형태로 변형된 '야민정음'으로 악용, 사용자와 비사용자간 소통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 "퍄, 커여워, 띵곡"…야민정음이 장악한 SNS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널리 사용되는 야민정음은 야매 훈민정음을 뜻한다. 한글 자모음을 새로이 조합해 원래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보이게끔 적는 것을 말한다. 명작을 '띵작', 명곡을 '띵곡'으로, 귀여워를 '커여워'라고 적는 것들이 모두 야민정음 적용 사례다.
야민정음 역시 다른 신조어들처럼 부적절한 어원에서 온 경우, 사용자들 간의 불편을 야기할 경우 사용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나 원래의 한글 원리와는 달리 시각적으로 자음, 모음의 형태를 바꾸어 특정 집단이 사용하는 신조어로 자리잡고 널리 퍼지게 되는 상황은 한글파괴 우려와 함께 전체 사용자들의 의사소통 불편을 야기한다.
최근엔 야민정음이 유튜브, 숏츠는 물론이고 TV 방송에서도 종종 자막으로 이용된다. 멍멍이를 야민정음 식으로 표현한 '댕댕이'는 '댕댕미' 같은 용어로 다양한 방송에서 강아지처럼 귀여운 모습을 빗대 사용된다. 한 라면 회사에서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자 회사 상품인 팔도비빔면을 야민정음으로 적은 '괄도네넴띤'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다.
◆ 번역도 안되는 야민정음, 두루 활용 괜찮을까
앞서 언급했듯 어떤 신조어든 부적절한 어원에서 생겨난 말인 경우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누군가를 의도치핞게 비하, 조롱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조어나 야민정음의 어원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무분별한 사용이 가져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심심찮게 온라인상에서 쓰이는 '퍄'의 경우 한 커뮤니티에서 야한 이미지를 보고 내뱉는 감탄사로 '오우야'를 쓰다가 ㅇ을 뺀 채로 'ㅗㅜㅑ'라고 쓰건 것이 '퍄'로 생략된 형태다. 현재 인터넷 방송 등지에서 섹드립이나 야한 장난 등에 대한 반응으로 쓰인다. 이 야한 말장난과 감탄사가 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미성년자와 관련된 콘텐츠에도 무분별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특히 이같은 야민정음은 '번역도 안되는 한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온라인에서 유머 소재이자 악용 사례로도 쓰인 경우가 적지 않다.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를 '팡주팡역시' '대구팡역시'라고 적거나, 대머리를 '머머리', 한자 金을 '숲'으로, '장'을 '튽'이라고 적어 표현하는 등 직관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한글을 가져다 쓰는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야민정음의 발달 역시 한글의 특성인 표의문자이자, 자질문자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번역기에 돌려도 해석이 안되는 야민정음은 그야말로 한글의 원리에 익숙한 사용자, 해당 용어가 널리 사용되는 커뮤니티의 이용자들만 쉽게 접근 가능하다. 특정 집단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는 비사용자들을 쉽게 배제시키고 악용될 소지가 있어 과도한 사용과 확산에 주의가 필요하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