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초장기 주담대 권장→가계부채 주범 지목
50년 주담대 중단·연령 제한에 '소비자 혼란'만 가중
당국 '정책 실패' 비판 목소리 높아…개선책 시급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금융당국에서 권장해온 것인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이제 와서 가계 빚 주범으로 몰리고 있으니 은행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따름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않는다.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자금을 돕고, 금리인상기에 취약차주의 월 상환액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였다.
'50년 주담대'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의 대안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출 규제 완화 차원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도입을 추진했다.
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지난해 8월 한국주택금융공사는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올해 1월에는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은행권에선 1월 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까지 잇달아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은행권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조해 온 '상생금융' 차원에서 초장기 주담대 상품에 동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조가 바뀐 건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한 이후다. 7월 주담대가 전월보다 6조원 늘자 당국은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은행권 50년 주담대를 지목했다.
당국의 초장기 주담대 '권유 기조'는 돌연 '압박 기조'로 바뀌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이 사용되거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0년 주담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점검하겠다고 했다.
50년 주담대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던 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거나 만기 기한을 40년으로 단축하고, 가입 연령을 만 34세로 제한하는 방안들을 검토중이다.
금융당국의 갈지자 행보에 혼란스러운 건 결국 금융소비자들이다. 상품 중단 예고에 예정된 일정보다 빨리 대출을 받는가 하면 상품이 없어지기 전에 상담받으라는 절판 마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령 제한 등을 감안해 막바지 대출에 탑승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금융권에서도 '세대 갈라치기냐'라는 불만이 폭주한다.
50년 주담대 상품을 놓고 금융권 안팎에선 '정책 실패'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의 혼란과 혼선을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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