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강남구 압구정 3구역 설계에 놀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시공자 선정기준을 강화한다.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전제로 한 무분별한 대안설계를 막는 것이 개정 이유다. 최근 압구정 3구역에서 국내 최대 건축설계사무소인 희림건축이 서울시 조건을 깡끄리 무시하고 최대 인센티브를 전제로 설계안을 제시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개정안이 나왔다
개정안은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총액입찰' 방식을 추가하는 등 선정 기준을 전면 개정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시기는 '사업시행 계획인가 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후'로 앞당겨졌다.
압구정 3구역 기본 설계 조감도 [자료=서울시] |
시는 공사비 깜깜이 증액, 무분별한 대안설계 제시 등 사업 초기 시공자 선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반(TF)을 꾸려 시공자 선정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조합(원)이 사업구역의 여건에 맞게 입찰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존 '내역입찰' 뿐 아니라 '총액입찰'도 가능토록 했다. 입찰 참여자가 공사비의 총액만을 기재한 '공사비 총괄 내역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시공자 선정 이후 과도한 공사비 증액에 따른 조합과 시공자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시점에서 공사비를 의무적으로 검증토록 했다.
모든 입찰에서 작성되는 설계도면에 대해 '기본설계도면 수준'을 유지토록 해 불명확한 설계도서에 따른 공사비 깜깜이 증액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건축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참여자가 무분별하게 대안설계를 제시하지 못하도록 대안설계 범위도 '정비계획 범위 내'로 한정키로 했다. 용적률을 10% 미만 범위에서 확대하거나, 최고 높이를 변경하는 경미한 정비계획 변경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비계획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에 따라 결정·고시된 정비계획이고, 대안설계는 정비계획의 범위 내에서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과 혁신 기술 등을 포함해 제안하는 설계안을 의미한다.
이른바 '홍보 용역업체(Outsourcing) 요원'을 동원한 과열·과대 홍보 등을 근절하기 위해 합동 홍보설명회, 공동 홍보공간 등을 제외한 입찰 참여자의 개별적인 홍보는 금지된다.
다만 조합은 입찰 참여자의 합동 홍보설명회를 2회 이상 개최하고 개최 7일 전까지 일시·장소를 조합원에게 통지해야 한다. 최초 합동홍보설명회를 개최한 뒤에는 공동 홍보공간 1개소를 제공하거나 지정할 수 있다.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시장·공공지원자(구청장)의 사전검토 및 관리·감독 권한도 강화됐다. 만약 입찰 참여자가 정비계획 범위를 벗어난 설계를 제안하거나 홍보 규정 등 기준을 위반할 경우 해당 입찰은 무효화된다.
공공지원자로부터 사전에 시공자 선정계획·입찰공고·총회 상정자료 등을 의무적으로 검토받아야 하고, 조합은 사전검토 결과를 반영해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입찰 참여자가 정비계획을 위반한 설계를 제안하거나 개별 홍보, 사은품 제공 등의 행위로 적발되면 해당 입찰은 무효로 된다.
시는 공동주택 품질 향상을 위해 조합(원)이 원하는 공동주택 성능을 제시하거나 건설공사에 대한 전문성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건설사업관리 자문, 공동주택성능요구서 의무 제출 등의 제도도 도입한다.
이번 개정안은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중요문서 심사 후 최종 확정·고시될 예정이다. 의견 제출은 다음 달 4일까지 가능하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시공자 선정 중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모든 피해는 선량한 조합원과 주민에게 돌아가므로 공정한 선정과정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고품질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해 나가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공자 선정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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