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서 '임의퇴직' 관련 다툼 잦아
사직서 vs 사직원 차이 명확히 알아야
누구나 똑똑하게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근로자가 직장생활의 기본적인 부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채용내정, 인사명령과 징계, 근로계약 종료에 있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소개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근로자 A는 어느 날 헤드헌터로부터 경쟁사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조율 과정에서 연봉과 직급 등이 정해지자, 아직 합격통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주까지만 출근하겠다"는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다음날 헤드헌터로부터 채용계획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근로자 A는 황급히 회사에 사직서 철회를 요청하였으나, 회사는 이미 사직 처리되었으므로 철회는 불가하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근로자 A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사직'(퇴직)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합의퇴직', 정년 도래에 따른 '정년퇴직' 그리고 근로자의 일방적 계약 해지인 '임의퇴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실무에서는 '임의퇴직'과 관련한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위의 사례는 '임의퇴직'에서 '사직의 의사표시 철회'를 둘러싸고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사건에서 사용자의 사직 처리가 부당해고인지 여부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일방적 계약해지'인지 아니면 '합의해지의 청약'인지에 따라 판단하게 되는데, 실무에서는 전자를 '사직서(書)'로 후자를 '사직원(願)'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일방적 계약해지인지 합의 해지의 청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직서의 기재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 의사표시 철회의 동기 기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한다(근로개선정책과-3880, 2014.7.9).
'사직서'는 주로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하고자 합니다"로, '사직원'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표기된다. 위의 사례에서 근로자가 '사직서'가 아닌 '사직원'으로 제출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이에 대해 "그래, 그만두세요"라는 사용자의 승낙 의사표시가 있기 전이라면 사직의 의사표시는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사용자의 사직 처리는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근로자는 "다음 주까지만 출근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이는 '사직서'에 해당하고 사용자는 철회해 줄 의무가 없으므로 해고가 성립되지 않는다(대법원 2000.9.5, 99두8657).
실무상으로 보면 회사의 퇴직 양식이 '사직서' 아니면 '사직원'으로 이미 정해져 있어서, 이 둘의 차이를 잘 모르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양식대로 기재해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제목은 '사직서'인데 표기된 문구는 "...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되어 있거나 '사직원'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은 "사직하고자 합니다"로 표기된 예가 있는데, 이 경우 제목이 아닌 표기된 내용을 보고 사직의 의사표시 유형을 판단하게 된다.
위의 사례에서 근로자 A는 사직의사를 철회했으므로 부당해고라고 주장했지만 '일방적 계약해지'로 인정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회사를 놓고 "남을까, 갈까" 행복한 고민을 했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어느 날 갑자기 실업자가 돼버린 황당한 사례이다. 사직을 해야 한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사직서'보다는 '사직원'이 유리한 방식이다.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글 최영우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노동행정학 박사)
※ [슬기로은 직장생활]은 <뉴스핌>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제휴를 맺고 위원회가 분기별로 발간하는 계간지 <조정과 심판>에 담긴 직장생활 노하우 주요내용을 연재하고 있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