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 방사성의약품 투자 나서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몸에 무리 주지 않는 안전한 방식
생산 공정 어려운 점은 난제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장안의 화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최근 중요한 결정을 연달아 단행했습니다. 지난 3일 펩타이드 기반 방사성의약품(RPT)을 개발하는 포인트바이오파마를 총 14억 달러에 인수한 것입니다. 지난달에는 방사성의약품 개발사 마리아나 온콜로지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한 것을 감안했는데요. 차세대 의약품에 관심이 높은 릴리가 방사성의약품에 대해 보이는 행보를 쉽게 넘길 수는 없겠죠.
방사성의약품은 최근 암 진단 및 치료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의약품입니다. 진단용 및 치료용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에 동위원소를 질병 부위로 옮기는 '물질'을 결합한 형태입니다.
방사성의약품 하면 '방사능'이 떠오르는 만큼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은 몸의 조직을 떼내지 않고도 진단할 수 있어 오히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을 통해 체내 물질 이동을 추적해 질병을 진단하는 데다가, 반감기가 짧아 수 시간 내 소멸하고 일부는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방식이라 할 수 있죠.
방사성동위원소가 도입된 나노물질이 암세포를 죽이는 기작을 표현한 모식도.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치료용의 경우 인체 투과력이 약하면서 세포를 죽이는 힘이 강한 방사선을 방출해 질병을 치료합니다. 다만 현재는 진단용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만큼, 치료용의 경우 진단용보다 시장 규모가 작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막 걸음마를 뗀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노바티스는 지난 2018년 엔도사이트를 21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지난해 4월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 승인을 받았습니다.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지난달 25일에는 방사성의약품 '루타레라'로 희귀종양 위장췌장계 신경내분비암 임상3상에서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를 늘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사실상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제약사는 노바티스 정도입니다.
다만 생산 공정이 까다롭다는 문제는 한계로 꼽힙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짧아 빠르게 붕괴합니다. 이 때문에 방사성의약품의 유효 기간은 5~10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방사성의약품을 의약품으로 사용하기에 다소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하죠.
방사성의약품과 비슷하게 유망한 모달리티인 세포치료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세포치료제는 환자에게서 세포를 추출해 사용하는 만큼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CDMO사에서는 세포치료제 사업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데요. 냉동 보존 기간이 12~24시간 내로 지나치게 짧다는 이유입니다. 앞의 수치와 비교하시면 방사성 동위원소가 얼마나 다루기 힘든지 감이 오실 겁니다.
하지만 점차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미래는 기대해볼 만 합니다. 국내에서 방사성 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으로는 퓨쳐켐, 듀켐바이오, 카이바이오텍 등이 있습니다.
최근 보수적인 대기업이 방사성의약품에 적극 뛰어들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SK바이오팜은 빅바이오텍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 먹거리 중 하나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를 꼽았습니다. 최근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연구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습니다. 소문만 무성했던 방사성의약품. 과연 어떤 성과가 나올지를 지켜볼 시점이 다가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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