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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중국] <8> 대만 금문도의 보물, 환대와 우정의 촉매

기사입력 : 2023년10월15일 17:42

최종수정 : 2023년12월25일 20:35

금문도 화강암 벙커속의 액체 황금
'오늘 저녁 친구의 술' 대만판 귀주모태
인공 첨가물과 숙취가 없는 고도주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백주 블렌딩에 있어 최적의 구간은 53도~ 59도이고, 그중에서도 56도, 58도는 완벽한 황금비율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2020년 1월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 코앞의 대만 땅 금문도 금문고량주 외부 방문객 접견실. 금문고량주에 대한 브리핑이 끝나고 시음 술이 제공됐는데 작은 백주 잔에 담긴 고량주의 도수를 물어보자 설명을 맡은 쩡쯔원(曾資文) 이사는 이 술의 도수가 56도라며 이렇게 소개했다. 높은 도수인데도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금문 고량주는 엄지와 중지로 잔을 잡고 마시면 술맛이 더 좋다고 쩡쯔원 이사는 말했다.

금문고량주 유한공사 기획처의 류리루(劉麗如) 과장은 '캔디 류'라고 자신의 닉네임을 소개한 뒤 금문고량주는 화학 첨가물이 없고 뒤끝이 깨끗해 숙취 걱정도 거의 없는 술이라고 소개했다. 류 과장은 "서울의 애주가들 중에도 금문 고량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금문고량주는 머리가 아프지 않아 걱정없이 마셔도 되는 술"이라며 웃어 보였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대만 금문도(금문현)에 있는 금문고량주 진닝공장 안내원이 금문 백주의 제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15 chk@newspim.com

"금문고량주는 금문도의 기후 조건 속에서 배양된 미생물 효모로 만들어져 순하고 부드러운 맛과 그윽한 향기가 더해집니다". 금문고량주 진닝 공장의 쉬젠양(許荐洋) 공장장은 누룩을 찌는 공정과 증류 과정을 설명하면서 금문은 남방 지역이지만 비가 적은 곳이라며 금문 만의 독특한 미생물 효모 공법과 지하 화강암 암반 지하수로 만들어지는 점이 자랑거리라고 설명했다.

브리핑 룸에서 설명을 들은 뒤에는 곧바로 공장 라인으로 이동했다. 공장에서는 곡물 원료를 찐뒤 누룩을 섞어 발효된 원료들이 증류시설로 들어갔고 맨 끝 공정에서는 높은 돗수의 백주가 흘러나왔다. 공장 내 수수 원료를 찌고 압착하는 공정 등은 대부분 자동화 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1차 증류 시설에서 졸졸 떨어지는 투명한 빛깔의 술에서는 끓는 물의 수증기 처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양조 과정의 중간단계로서 처음 나오는 술의 도수는 60도가 넘는다며 맛을 보여주는데 보드카처럼 맵고 독한게 입안이 쩍 깔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쉬 공장장은 여러 번의 증류와 배합 과정을 거쳐 56도 또는 58도의 표준 금문 고량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대만 금문고량주 진닝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컨베이어벨트에 곡물 원료를 적재하고 있다.  2023.10.15 chk@newspim.com

술 공장을 나와 승용차에 오른뒤 어디론가로 이동했다. 약 5분 정도 이동하자 벙커와 같은 위장막 무늬의 군대 시설물이 눈에 들어온다. 얕으막한 산에 이런 벙커 시설물이 줄을 지어 설치돼 있었다. '왜 갑자기 군대 참호로 데려왔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찰나 안내원이 차에서 내리라고 하면서 이곳이 술 저장고라고 일러줬다.

미리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누구든지 군대 참호로 오인할 정도로 금문 고량주 저장 시설은 완벽히 군대 벙커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귀주모태와 우량예 수정방 펀주 강소백 등 기자가 다녀본 중국 백주 공장의 저장고는 대부분 일반 건물의 어두운 지하에 설치돼 있었는데 금문고량주 저장고는 이와 다른 형태였다.

마치 비밀의 문에 들어서듯 육중한 무게의 벙커 문을 열고 바위 굴 안으로 발을 디뎠다. 진한 백주향이 풍겨온다. 내부는 어둡고 축축하고 서늘했다. 화강암 동굴 저장고 속에서는 아까 공장 라인에서 증류해 옮겨온 금문고량주들이 커다란 단지 술독안에서 숙성되고 있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금문고량주가 옛날 군대 참호 시설을 화강암 술 저장고로 사용하고 있다.  2023.10.15 chk@newspim.com

 

"보다시피 금문 고량주의 화강암 동굴 저장고는 이전 군사 벙커로 쓰던 곳이에요. 저장고의 안과 밖은 바람과 햇볕 습도 등 자연 조건으로 볼때 백주 저장에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장고 품질 책임자인 뤼이루(吕宜儒)는 이곳 화강암 암반 저장고의 숙성 과정이 금문 고량주의 맛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저장고의 술은 시간대 별로 출하합니다. 15년산 정도면 시중에서 한국 돈으로 30만원 넘어요" 뤼 책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뤼이루 책임자는 자신이 금문 백주 저장고의 품질 책임을 맡은 이후 기자로서의 한국 '펑유(朋友친구)'를 맞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화강암 백주 저장고 내부 통로에 탐방 예정에 없던 시음대를 설치한뒤 여러 종류의 금문 고량주를 올려놓고 술맛을 체험해보라며 다함없는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오늘 우리는 만났다. 술잔 가득 정성을 부어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이 순간, 우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건배~' 이 순간 당시 중국 대륙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리샤오제의 유행가 '술 친구의 노래(朋友的酒)' 가사가 떠올랐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대만 금문고량주의 화강암 암반속 술 저장고 내부 전경. 2023.10.15 chk@newspim.com

 

'술친구의 노래' 애기 끝에 다른 안내원 한사람은 "사람들은 술로써 친구가 되고 술로써 더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문 고량주는 깊고 진한 향과 함께 달콤하고 강렬하며 인정이 넘치는 술입니다. 또한 화합의 술이고 환대(환영)의 술이기도 하지요". 그는 틈새를 놓치지 않고 금문고량주를 광고했다.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기준 금문고량주의 연간 생산량은 2200만 킬로리터에 달하고 매출은 4억 대만 달러에 달했다. 금문고량주는 현재 대만 금문현의 든든한 재정 수입원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금문고량주는 대만 백주시장의 80%를 점유할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금문고량주 영업면에서는 대만과 중국 대륙이 주력 시장이며, 한국과 미국·싱카포르·캄보디아·홍콩·일본 등 해외 수출 비중도 꾸준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냉랭한 것과 상관 없이 금문 고량주는 여전히 중국 본토 백주시장 판촉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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