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정치

속보

더보기

[길위의 중국] <9> 영화 장안삼만리, 하늘서 귀양 온 이백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

기사입력 : 2023년11월06일 13:47

최종수정 : 2023년12월25일 21:23

중국 사상 제일 긴 애니메이션 영화
한 말 술에 시 백편을 쏟아낸 천재시인
호방한 성품 구속받지않는 자유인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 번민도
조발백제성 창진주 정야사 주옥같은 시 남겨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3년 7월 이백의 시 인생을 소재로 한 '장안삼만리(长安三万里, 창안산완리)'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중국 극장가에 화제를 모았다. 러닝타임 근 3시간의 장안 삼만리는 이백의 시와 인생, 정신세계를 다룬 영화다. 당 때의 무장 고적이 젊은 시절 이백과의 교류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에는 모두 48수의 당시(唐詩)가 등장하는데 그 중 21편이 이백의 시다.  

이백은 호방하고 패기가 넘치며 사교적인 인물이다. 자유분방하며 소탈하고 혈기방탕한 성품이다. 자유인으로서 마치 장자의 대붕처럼 구만리 창공을 날아 유토피아를 찾아갈 듯한 기세다.  

'장안삼만리'는 성당(盛唐) 시대 모든 이들의 드림이며 이백의 포부이기도 하다. 모두가 '삼만리' 장안 드림을 쫒아가지만 성공은 언제나 잡힐 듯 하면서 쉬 잡히지 않는다. 화려한 도시 장안은 늘 멀리있고, 삼만리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먼 이상 세계다.  

이백의 웅대한 이상은 현실에서 늘 좌절에 부딪힌다. 영화 장안삼만리에서는 이백이 겪은 꿈과 절망, 패기와 탄식이라는 극단의 심리적 동요를 행로난(行路难)이라는 시를 통해 암시한다. 이백은 갑갑한 현실에 비분강개하며 불만을 터뜨린다.     

창안삼만리를 보면 이백은 낭만파 시인이면서 지독한 '음주파 시인'이었던 것 같다. 현존하는 1000수 가까운 이백의 시 가운데 술과 연관이 있는 시가 170수나 된다고 한다. 이백은 시와 술을 빌어 친구를 사귀고 천하를 주유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영화 장안삼만리에서 이백이 '황하는 하늘에서 흘러내려오고'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창진주를 낭송하고 있다.  2023.11.06 chk@newspim.com

 

창안삼만리에 소개되는21편 시중에는 이백이 술에 취해서 쓴 시가 여러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행로난(行路难)과 촉도난(蜀道难) 창진주(将进酒) 조발백제성(早发白帝城)이 대표적인 음주시라고 말한다. 두보는 음중팔선가(饮中八仙歌) 라는 시에서 '이백이 술 한 말에 시 100편을 쏟아냈다(李白斗酒诗百篇)'고 증언하고 있다. 두보는 또 '이백이 황제가 불러도 응하지 않았다(天子呼来不上船)'고 적었다 

술에 취해 쓴 음주 작시 중에서도 특히 창진주는 아주 술에 대취해서 지은 시로 짐작된다. '황하지수천상래 분류도해불복회(黄河之水天上来 奔流到海不复回, 황하는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로 흘러간 뒤 다시 돌아오지 못하네). 이백 연구가들은 이 대목이 취중의 흥분 상태에서 인생 무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재미있게도 이백은 창진주에서는'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온다'라고 했는데 또다른 시 '황학루송맹호란지광릉(黄鹤楼送孟浩然之广陵)'에서는 '장강은 아득히 저 먼 하늘 끝으로 흘러 오르네'라고 노래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벗이 작별을 알리고 황학루를 떠나는데. 춘삼월 버들가지 꽃 비단 수놓은 양주로 간다네. 돛단배는 창공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한줄기 장강만이 먼 하늘로 흘러가는 구나(故人西辞黄鹤楼 烟花三月下扬州 孤帆远影碧空尽 唯见长江天际流).

'황하는 하늘서 내려오고 장강은 하늘로 흘러 오른다' 이백의 초월적이고 비범한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조금도 거침이 없다. 이백은 무엇에도 얽메이지 않고 마음껏 자유인로서의 분방함을 발산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산둥성 취푸(곡부)의 취에리빈사라는 호텔 매장에 이백의 시 창진주가 전시돼 있다. 이 시는 모두 176자로 돼 있으며 애주가인 이백이 크게 취해서 지은 시라고 전해진다.  2023.11.06 chk@newspim.com

이백은 27세 전후에 자신보다 12세 많은 친구 시인 맹호란을 우한시 황학루 인근에서 장강 동쪽 하류 방향의 장쑤성 양주(당시 광릉) 고을로 떠나 보내면서 이 송별 시를 지었다고 한다. 영화 장안삼만리에도 이백이 황학루에 올라 이 시를 낭송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영화 장안삼만리에는 이백 맹호란 왕유 왕지환 최호 등 같은 시대를 살아간 많은 쟁쟁한 시인과 그들의 시가 소개되고 있다. 사교적인 이백은 뛰어난 시인과 훌륭한 시가 있는 곳엔 천리를 마다않고 찾아가서 술 자리를 열고 낭송을 즐겼다.

'백일의산진 황하입해유 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白日依山尽 黄河入海流 欲穷千里目 更上一层楼)' 이백은 어느날 황학루에 올라 '바이르이산진'으로 시작되는 왕지환의 '등관작러우'를 낭송하며 찬탄을 아끼지 않는다. 최호(崔顥)의 시를 접하고서는 신묘하다며 마치 큰 도를 깨우친듯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거울보고 백발을 슬퍼해봐야 아침에 청단 같은 머리가 저녁에 백발 되는 게 인생 아닌가(高堂明镜悲白发 朝如青丝暮成雪)'. 이백은 창진주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뜻을 펴지 못함을 한탄하면서 번민과 시름을 달래려고 통음을 했다. 그러면서 한번 마셨다면 300잔은 마셔야되지 않겠냐(会须一饮三百杯)고 배짱을 내보였다.

'오화마 천금구 후아장출환미주 여미동소만고수(五花马 千金裘 呼儿将出换美酒 与尔同销万古愁)'. 창진주를 지었을 때 이백이 정말 대취했음을 알려주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영화 장안삼만리에서 이백은 '값진 물건을 모두 가져다가 술 바꿔 오게 하라. 밤을 세워 술을 마시며 만고의 시름을 씻어내리라"고 거침없이 호기를 발산한다. 단지 채 술을 들이키는 이백의 음주 장면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영화 장안삼만리에서는 또 중국 아이들이 젖떼기기 무섭게 배우는 고향을 그리는 노래 '징예스'도 소개된다. 상전명월광 의시지상상 거두망명월 저두사고향(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举头望明月 低头思故乡, 머리 맡의 밝은 달 빛, 하얗게 서리가 내린 듯, 머리 들어보니 밝은 달, 고개를 떨구니 고향 생각에 가슴이 메이네 ). 이 시는 이백이 26세 때 객지에서 고향집을 생각하며 지은 것으로 14억 명의 국민시로 불린다. 이 무렵 장쑤성 양주에 머물던 이백은 뱃놀이를 하던 도중 취기가 오르자  '美人一笑千黄金(미인의 웃음은 천냥의 황금이다)'이라는 내용의 즉흥시를 지어 좌중의 흥을 돋웠다는 얘기도 영화에 소개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장강변의 유서깊은 고장 백제성으로 건너가는 장강 다리에 이백의 시 조발백제성이 조형물로 설치돼 있다. 뉴스핌 촬영.  2023.11.06 chk@newspim.com

59세 봄에 이백은 현종의 둘째 아들 영왕 이린 모반 사건에 연루돼 숙종(현종의 첫째 아들)에 의해 야랑 이란 곳으로 유배를 떠난다. 도중에 백제성에서 사면소식을 듣고 만고에 남을 시 한수를 남기는데 그 시가 바로'早发白帝城'이다. 영화 장안삼만리는 이 시를 맨 후반부에 다루고 있다.


朝辭白帝彩雲間, 千裏江陵一日還
兩岸猿聲啼不住, 輕舟已過萬重山

'아침녘 채색노을 속에 백제성을 떠났는데
일 천리 강릉길을 하룻밤 새에 돌아왔구나
장강 양안에는 원숭이 소리 그치지 않는데
가벼운 돛단배는 어느새 첩첩산중 지났구나'

이백은 유배가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충칭 평제현 백제성에서 천리길 장강 동쪽 후베이성 강릉으로 돌아가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조발백제성'을 지었다. 가벼운 배(輕舟)라는 시어는 귀양에서 풀려나 다시 자유인이 된 시인 이백의 경쾌한 심정을 드러낸다. 만년을 유배지에서 마칠 뻔 했는데 사면 소식을 들은 기쁨이 오죽했을까. 이백이 시에서 노래한 장강 양안의 야생 원숭이들은 지금도 옛날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펑제현의 장강과 백제성 여행객들 곁을 맴돈다.

사람들은 이백의 천재적인 시재와 초월적 정신세계에 탄복을 금치 못하면서 그에게 하늘에서 인간세상에 귀양 온 신선(謫仙人, 저쎈런)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영화 장안삼만리에도 이백이 술자리 때마다 "나는 하늘로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말하는 내용이 소개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백은 귀양길에서 돌아온 3년 뒤 62세에 숨을 거둔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시를 놓지 않았다. 임종 직전 세상을 하직하면서 임종가를 남겼다. 임종가가 발표된 이후에는 세상 그 누구도 다시는 이백을 봤다는 사람이 없다. 300여 년 후 시인 소동파는 이백을 떠올리면서 '인생은 거꾸로 가는 여행이다. 나도 그 여정의 나그네다(人生如逆旅 我亦是行人)'고 노래했다고 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신지애, 135억 JLPGA 통산 상금 1위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올해로 프로 20년째를 맞이한 '골프 지존' 신지애(37)가 일본 여자 프로골프(JLPGA) 통산 상금왕이라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신지애는 9일(한국시간)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JLPGA 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총상금 1억2000만엔)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공동 준우승 상금 872만엔을 받은 신지애는 13억8074만3405엔(135억3708만원)을 쌓아 후도 유리(13억7262만382엔·일본)를 제치고 JLPGA투어 통산 상금왕에 올랐다. 이날 JLPGA 투어 300번째 출전 경기에 나선 신지애는 한때 공동 선두에 나서 개인 통산 66번째 우승과 JLPGA 투어 통산 31번째 우승을 바라보기도 했다. 후도가 총 495개 JLPGA 투어에서 거둔 통산 상금을 신지애는 300번째 경기에서 뛰어넘었다. 오는 10월 만 49세가 되는 후도는 JLPGA 투어에서 50승을 거둬 영구 시드를 지녀 대회 출전은 계속하고 있지만 컷 통과조차 버거워 그동안 상금을 거의 보태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후도는 공동 83위로 컷을 통과하지 못해 신지애는 2라운드 컷 통과 뒤 이미 통산 상금왕을 예약했었다. 신지애. [사진 = JLPGA] 지난해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려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원정에 많이 출전한 신지애는 올해는 그동안 숙원이던 JLPGA 투어 상금왕을 노리고 JLPGA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라서 JLPGA 투어 통상 상금 1위는 당분간 독주할 전망이다. JLPGA 투어 통산 상금 3위는 586경기에서 13억1983만엔을 쌓은 전미정, 4위는 610경기에서 12억5661만엔을 벌어들인 이지희, 5위는 255개 대회에 11억엔을 번 안선주다. 이들은 최근 거의 대회에 나서지 않는다. 이날 우승컵은 쌍둥이 골프 자매 중 동생인 이와이 치사토가 차지했다. 지난달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와이는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2년 연속 우승했다. 쌍둥이 언니 이와이 아키에는 공동 7위(3언더파 285타)에 올랐다. 신지애는 타고난 재능에 부단한 노력과 뜨거운 열정을 더해 슬럼프 없이 20년 넘게 세계 여자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다. 2006년 KLPGA투어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활약했고, 2014년 JLPGA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신지애. [사진 = 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승,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6승, JLPGA 투어 30승, KLPGA 투어 21승, 호주여자프로골프 5승을 거뒀고 레이디스 아시안 투어에서도 한 차례 정상에 올랐다. 이를 더하면 74승이 되지만 공동 주관 대회가 있기 때문에 통산 우승 횟수는 65승이다. 한국 남녀 골퍼를 통틀어 프로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37세의 나이에 신지애가 리빙 레전드로 활약하는 원동력은 강한 멘털과 집중력이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생애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파리 올림픽에 도전하기도 했다. 신지애는 올해도 일본뿐 아니라 호주, 대만에서 정상급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psoq1337@newspim.com 2025-03-09 14:52
사진
"제2딥시크" 中 마누스 성능 알고보니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 벤처기업이 지난 5일 공개한 '마누스(Manus)'라는 이름의 AI 모델에 중국 IT 업계가 "제2의 딥시크(DeepSeek)가 나타났다"며 술렁이고 있다. 중국 관영 경제지인 중신징웨이(中新經緯)는 "6일 새벽 중국 IT 전문가들은 마누스의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며 "이는 딥시크 충격 당시의 현상과 유사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AI 게시판은 모두 마누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마누스가 중국 AI 업계에 충격을 주면서 6일 중국 증시 AI 섹터에 상한가 종목들이 속출했다"라고도 평가했다. 마누스를 개발한 업체는 '후뎨샤오잉(蝴蝶效應)'이라는 이름의 벤처기업이다. 후뎨샤오잉은 '나비효과'라는 뜻이다. 후뎨샤오잉은 지난 5일 마누스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사용을 원하는 사람은 테스트 신청을 할 수 있으며, 회사는 테스트 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6일 마누스의 서버는 다운됐고, 테스트 코드 부여를 중단했다. 한때 테스트 코드는 70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6일 저녁 후뎨샤오잉은 성명을 발표했다. 회사는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쏟아질 줄 몰랐고, 우리의 서버 용량은 확실히 한계가 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마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현재 마누스는 갓난아이 상태로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라며 "우리가 마누스 정식 버전에서 구현하고 싶은 경험과는 차이가 크다"라고 밝혔다. 마누스는 챗GPT, 딥시크와 달리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혹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마누스는 이력서 심사, 부동산 연구, 주식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GAIA 벤치마크라는 AGI(범용 인공지능) 성능 평가에서 오픈AI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며 "마누스는 생각과 행동을 연결하는 AI"라고 설명했다. 후뎨샤오잉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季逸超)는 애플의 생태계 혁신 대회에서 '맥월드 특등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기업의 핵심 인원들은 텐센트와 바이트댄스의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마누스를 개발한 벤처기업 후뎨샤오잉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 [사진=후뎨샤오잉] ys1744@newspim.com 2025-03-07 08:3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