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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의 일터] 행복한 만화가 신일숙 "후회 없도록 시작한 만화..나의 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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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 자유· 성장에 관심
선택지는 있다..."예측불허, 생은 의미를 갖는다"
"욕심 버리고,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것 중요"

절박할수록 돌아갈 수 있는 있는 지름길이나 꼼수는 없다. 우리 사회 일터 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을 대하는지, 그 일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지난했던 과정과 그늘들, 화려함 뒤에 가려진 노력과 자세를 곱씹어 보면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볼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료를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까지 일자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일터의 정점까지 올랐던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이 각 전문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 그들만의 경험과 비밀스러운 성공 레시피를 듣는다.

[서울=뉴스핌]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뛰어난 재능을 가져서 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신일숙 작가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라는 한국 만화역사에 큰 획을 그은 장편 판타지역사만화를 탄생시킨 만화가 신일숙 작가를 처음 만난 건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행사장에서였다. 1500여명의 회원이 소속된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자격으로 공제회와 MOU를 맺어 회원들의 복지를 높이겠다는 그녀는 만화가협회장을 연임 할 정도로 협회내에서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었다.

무작정 청한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하여 이뤄진 그녀와의 인터뷰는 즐거웠다. 만화를 사랑하고 만화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만화가의 길을 보여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이가 믿기 질 않을 정도로 동안 외모의 신일숙 작가는 오롯이 혼자 힘으로 만화가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사람답게 내면의 무게중심이 단단하게 자리 잡혀 있는 사람이었다.

외유내강이랄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내면서 넘치는 재능을 자랑하지도 않고, 자신의 노력도 과장하지 않는 담담한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뿐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재창조된 "리니지", "라이언의 왕녀", "파라오의 연인", "1999년생", "불꽃의 메디아", 그리고 새로운 대작 "카야" 등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신일숙 작가.

판타지와 대서사물에서 로맨스,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품이 있었기에 자신들의 사춘기가 정서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었다는 팬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그녀가 만화가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녀의 행복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행복이 아닐까?

신일숙 작가 명함 사진. '아르미안의 네 딸들'

◆"일단 부딪쳐 보는 것이 중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만화가로 언제 어떻게 입문하게 되었는지 ?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시절, 실습생으로 중소기업 경리 업무를 하면서 업무가 힘들고 도저히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돈을 좀 덜 벌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화를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 같고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당시는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일을 도와주는 도제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하면서 당시 순정만화를 출판했던 출판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내가 그린 만화를 보여주고 출판을 의뢰했다. 1984년 "라이언의 왕녀"가 만화가로 처음 데뷔한 작품이다.

-요즘은 웹툰을 통해 독자를 바로 접촉할 수 있으니 만화가 되기가 훨씬 쉬워진 것 아닌가?
▲과거에는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출판이나 만화잡지에 연재가 해야 했으니 출판사의 눈, 편집자의 눈을 거쳐야 하거나 기성 작가 추천을 받아야만 했다. 지금은 그런 절차가 없이 플랫폼을 통해 바로 독자를 접할 수가 있으니 등단과정이 더 용이해졌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도전만화'같이 무료로 컨텐츠를 올리고 거기서 독자 반응이 좋으면 유료컨텐츠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신일숙 작가 작업실 전경.

-만화가로 자리 잡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편집자의 눈을 거쳐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독자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지금이 등단하는데 시간이 더 단축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3년정도 본인이 작업을 해보면 스스로 만화가로서 재능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화가는 상상력과 그림 실력 이상으로 연출력이 있어야"
-만화가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은 무엇인지? 스토리를 만들어낼 상상력인지, 그림 실력인지?
▲상상력과 그림 그리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공부하고 연마하면 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타고넌 부분이 바로 연출력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센스인데 만화 한 칸 한 칸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고 1회 분량을 어디서 끊어야 할지, 이런 것은 뛰어난 영화감독과 같은 연출력을 갖추어야 한다. 연출력이 즉 전달력이다. 연출력이 뛰어난 사람이 전달력도 뛰어나다. 이러한 역량은 타고난 부분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연마를 해야겠지만 연마를 해도 타고 난 능력만큼 연마된다고 본다.

-그림은 원래 잘 그렸는지, 그리고 스토리가 무궁무진한데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학교 다닐 때부터 그림을 많이 그렸다. 나보다 더 잘 그리는 애가 없었던 것 같다. 책 읽기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중학교 때 학교에 권장도서를 절반 값에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리스·로마신화"를 신청했다.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재밌어 보여 신청헀는데 머리 속이 확 열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깊이 빠졌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으면서 수많은 상상을 할 수 있었고 고대 그리스 시대에 대해 더 공부를 하게 됐다.

담소를 나누고 있는 신일숙 작가.

◆"아르미안의 네 딸들, 주인공 속에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어"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만화사에 한 획을 그은 대작이다. 등단초기 그런 대작을 한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얼마나 준비했는지? ▲사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데뷰 할 때부터 구상을 했던 작품이다. 1986년부터 집필에 들어가서 10년간 작업을했다. 집필하기 전에도 2년정도 준비작업을 했다. 역사책을 많이 읽었고 그리스 시대 역사, 투키디데스의 전쟁사, 아테네의 정치상황 등 방대한 양의 책을 읽고 공부를 햤다. 꿈 속에서 본 소부족의 얘기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역사물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만 전개가 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꿈 얘기를 많이 하셨다. 실제로 꿈에서 착안한 작품이 많은지?
▲실제로 꿈에서 스토리의 일부를 착안한 작품도 있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꿈에서 찾아낸 작품들도 있다. 꿈 중에서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꿈에서 만화책을 읽다가 깨어나서 일어나자 마자 그 내용을 메모해 두었다가 그려낸 작품이 "리니지"다. 어떨 때는 꿈에서 영화의 나레이션을 들었는데 그 나레이션이 뚜렷이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쓴 작품이 "크리스티"였다. "1999년생"은 꿈속에서 스텝 1, 2, 3의 매뉴얼을 보고서 쓰게 된 작품이다.

-보통 작품의 주인공 캐릭터에는 작가 자신이 투영된다고 하는데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는 누가 작가 자신의 캐릭터가 투영된 것인지?
▲주인공 하나가 아니라 나눠서 투영된 것 같다. '맞다'고 생각하는 일은 일단 저지르고 수습을 하는 것은 넷 째 샤르휘나의 성격에 반영된 것 같다. 반면에 계획적이고 주도적인 면은 첫 째인 마누아에게 반영됐다. 셋 째인 아스파샤는 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상이다.

◆"내 만화를 보고 자기 삶이 달라졌다고 하는 독자룰 만날 때 가장 큰 보람"
-만화가가 되길 잘했다 하고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지?
▲중학교 때 선생님이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여성해방운동가 되겠다고 답을 했다. 내 대답에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는데 당시만 해도 아들과 딸은 많은 차별을 받았다. 아들은 어떻게 하든 대학을 보내려 했지만 딸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는 때였다. 오빠나 남동생을 대학 보내기 위해 딸들은 중학교만 마치고 공장에 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작품 속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이 계속 등장하는 건 어릴 적 그런 생각들이 반영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450대의 여성 팬들을 많이 만나는데 제 만화를 보면서 보고 느낀 것이 많아서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내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의 삶이 변화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때 가장 보람이 느껴진다. 만화를 통해서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고, 그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

-작품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경험은 ?
▲특별히 작업을 하면서 창작의 고통에 시달렸거나 한 기억은 별로 없다. 다만 작품을하게 되면 먹고 자는 시간 빼고 하루 14~16시간씩 일을 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 손으로 일일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결국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군요
▲그렇다. 이 나이까지 계속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즐겁게 작업했기 때문인 것같다.

◆"AI 시대, 원작 만화 저작권 보호 위한 기준과 제도 마련해야"
-만화가협회장으로 선출된지 얼마나 되었는지?
▲2020년부터 4년째 하고 있다. (임기가 얼마냐는 질문에) 임기는 3년인데 연임됐다. 만화가 협회 회원수는 1500여명 정도이고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협회장이 되었다고 한다.

-회원이 1500여명이나 되면 굉장히 큰 조직인데 연임까지 하신 걸 보면 리더십이 탁월한 것 같다.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리더십이라기보다 내 개인의 이익보다 회원 전체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고 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 협회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는 일은 만화의 자율규제 확대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있다. 영상물이나 게임물과 달리 만화는 워낙 대량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자율규제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공공기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컨텐츠의 특성을 고려해 자율규제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AI 시대를 맞아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 같은데 관련한 협회 차원의 대응은?
▲AI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저작권을 침해할지 현상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협회차원에서 정부와 입법부에 대해 대응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AI를 통해 다른 작가의 작품을 활용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현재도 웹툰을 불법으로 나르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부족하다. 최근 이에 관심있는 국회의원과 규제법안을 입안한 바 있다. 우리도 법률에 대해 더 많이 공부를 해야겠지만 국회의원 같은 입법자들도 만화에 대해 좀더 공부를 해주었으면 한다.

-만화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후회없이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된다면 그때 일단 저질러 보아야 한다. 그리고 무리하지(오바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것은 체력적으로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또 작품을 하면서 너무 욕심을 내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만화가에게는 인내와 끈기도 중요하지만 '욕심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건강도 지키고 행복하게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니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역량내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일숙은 1984년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했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까지의 '순정만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당시 순정만화들과는 달리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묘사해 호평 받았다. 신일숙만의 화려한 그림체와 완벽한 스토리로 순정만화의 매력과 완성도를 높였고, 방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완벽한 스토리텔러다. 특히 그는 현역 작가로 로맨스 플롯을 전복하고, 여성의 성장과 해방을 그리며 순정만화의 폭을 넓혀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간과 역사, 신화를 엮어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창조하는 데 탁월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젠더 담론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국만화협회 회장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1986), <파라오의 연인>(1997), <리니지>(1993)는 신일숙을 대표하는 3대 장편 서사다. 특히 <리니지>는 온라인 MMOROG <리니지>(1998)의 원작이다.

신일숙 작가와 김경선 소장.

<에필로그>
"운명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반복해서 나오는 대사이다. 이 명언이 작가의 철학을 대변해 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다른 인터뷰에서 신일숙 작가는 최종적인 운명이 정해져 있다해도 인생에서 선택지는 항상 있다고 했다. 매 순간마다 선택지가 있고 매번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과 스스로 선택해보지 않은 사람의 삶은 굉장히 다르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졸업한 시점에서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길을 가겠다는 선택을 했다. 스스로의 인생을 노력해서 만들어 간 것. 그 결과는 후회없는 삶,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삶이라고 하겠다. 단풍이 짙어가는 10월의 마지막 날, 일산 어느 카페에서 마주한 신일숙 작가 인터뷰는 좋아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선택한 '행복한 천재'와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서사의 장편 만화작가 신일숙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선물해 줄 인생의 주인공들은 또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그녀의 꿈 속에 또 어떤 인생이 찾아왔을까? (웃음)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은 1991년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30년 넘는 공직생활 대부분을 고용노동부에서 보냈고,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했다. 은퇴 후 공직생활에서의 경험과 역량을 MZ세대 직장인들과 공유하고자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다.

kyoungseon04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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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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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핵심인사 일가족 중국서 탈북했다고?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고위층 일가족이 중국 체류 중 우리 관계기관에 탈북·망명을 요청해 국내에 무사히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정보 관계자는 15일 뉴스핌에 "중국에서 대표부 대표급으로 일해온 노동당 핵심 인사가 지난 7월 망명을 요청해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면서 "현재 국가정보원의 보호 아래 합동신문과 국내 정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중국에 체류해온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의 일가족이 지난 7월 탈북 망명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사진은 북한 고위층 일가족의 한국행을 AI를 이용해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AI생성] 2026.09.15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확인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노동당 대외 관련 핵심 부서의 간부급으로 중국으로 파견돼 일해온 이 인사는 부인은 물론 자녀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체류 고위급 북한 인사의 탈북·망명과 수용 조치가 확인된 건 이번이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이다. 탈북·망명 동기와 관련해 이 인사는 한국과 서방국가의 자유로움과 발전상을 보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압적인 행태에 실망했고, 특히 어린 자녀의 미래를 위해 평양 귀환을 하지 않고 서울행을 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망명해 온 인사가 동북 3성 지역의 북한 공작 핵심 거점 도시에서 일해온 만큼 최근 북한의 대남 관련 동향이나 북중 관계 정보를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대남적대 노선 노골화 이후 북한의 대남 전략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인사의 탈북과 국내 입국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중국 당국의 협조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지난 6일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호 취역식에 참석한 조용원(앞줄 왼쪽)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를 비롯한 핵심 간부와 가족들이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행사장 대형 화면에 국무위원장 김정은과 딸 주애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2026.09.15 yjlee@newspim.com 해외 근무 북한 외교관이나 대표부 요원, 파견 근로자의 한국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태영호 영국 주재 공사가 가족과 함께 망명했고, 조성길 이탈리아 대리대사(2018년), 류현우 쿠웨이트 대리대사(2019년), 리일규 쿠바 주재 대사관 참사(2023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체류 국가나 신상을 밝히기 어려운 고위급 인사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 2026-09-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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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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