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바킨 "2% 향해 순조로울지 확신 못 해"
'비둘기' 굴스비도 "아직 갈 길 멀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지난달 미국의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했지만,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물가 상승세가 꺾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순탄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금융시장 여건이 과도하게 완화될 수 있는 점 역시 경계하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순조롭게 하락할지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물가와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바킨 총재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인플레이션 수치가 내려왔지만, 이 같은 하락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19 시대에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에 따른 물가 급등의 부분적인 반전"이라면서 "주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역사적 수준보다 높고,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별도로 공개 발언에 나선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굴스비 총재는 이날 발표된 지표와 관련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계속해서 진전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연준 내에서 비교적 비둘기파적 인사로 평가되는 굴스비 총재는 "상품 인플레이션은 이미 하락하고 있고, 비주택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조정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향후 몇 분기 동안 추가 진전의 핵심은 주택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일어날지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굴스비 총재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항상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며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건물.[사진=블룸버그] 2023.10.19 mj72284@newspim.com |
이날 공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보합,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 기대치를 밑돈 결과로 헤드라인 CPI 수치가 전월 대비 보합에 그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CPI 역시 전월 대비 0.2%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근원 CPI는 4.0% 상승해 지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느린 오름세를 기록했다. 근원 CPI는 헤드라인 수치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표다.
연준 내에서 비교적 매파적 인사로 분류되는 바킨 총재는 연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최근 경제 지표가 놀라울 정도로 지지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킨 총재는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연준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바킨 총재는 기업들이 여전히 어쩔 수 없을 때까지는 가격 면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이 때문에 성장의 둔화가 필요하며 일부 성장 둔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내달 12~13일 올해 마지막 FOMC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최근까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 참가자 대다수는 연준의 긴축이 종료됐으며 정책이 변경된다면 금리 인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오는 3월 FOMC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5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연말까지 총 4차례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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