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尹대통령 측 신호' 발언 논란
대통령실·국민의힘, 부인하며 진화 나서
최연혁 "대통령의 도덕성은 더 엄격하게 접근해야"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아 임무를 끝까지 당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밝힌 이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즉각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논란이 쟁점화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을 가진 후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10.18 photo@newspim.com |
인 위원장은 지난 15일 YTN 라디오에서 '지도부·영남 중진 등 희생 요구는 대통령실과 교감 이후에 나온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당무에 개입하고 있지 않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 관련돼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그런 것은 없었다"며 "당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YTN에 출연해 "만약에 뒤에 큰 힘없이 이걸 하고 있으면 그냥 공갈인 것이고 뒤에 만약 힘이 담보돼 있으면 당무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불씨를 키웠다.
총선과 같은 큰 선거를 앞두고 우리 정치권에서는 늘 현직 대통령의 공천 개입, 선거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탄핵소추까지 이르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2월 18일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 2004년 2월 24일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탄핵 이야기가 거론되기 시작했고, 노 전 대통령의 친정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과 함께 탄핵소추를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노 전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됐고,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며 노 전 대통령은 복귀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틀어지자 관계자가 바로잡고 있다. 2023.04.17 leehs@newspim.com |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지만 또 특정 정당의 당원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여당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우리 정치의 특성상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 행정부를 견제하기 보다는 야당에 맞서 정권을 보호하는 역할에 더 치중하다 보니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당무, 선거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는 통화에서 "세계적인 민주국가에서도 종종 이슈가 되고 있긴 하다"면서도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그 이전에는 한 번도 그런 게 없었다. 프랑스에서도 준대통령제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정치 선거에 관여했다는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내각제에서도 논란이 가능하긴 하다. 그런 경우에는 선거 부정 문제"라며 "스웨덴에서는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빵 하나를 들고 가서 주는데 우리나라 개념으로 보면 그건 부패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게 하나의 문화지만 (부정) 이슈가 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당무나 선거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해야 한다. 덕담 수준이라 해도 대통령으로서의 도덕성은 좀 더 엄격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