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신사업 성공 업적 반영된 것으로
공격적인 신사업 육성 경영…전사적 사업체질 바꾸나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미래사업기획단'의 수장으로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 부회장을 선택했다. 전 부회장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을 성공적으로 키워온 만큼 앞으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꾸려가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 인사의 주요 특징은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 부회장을 선택했다. 전 부회장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을 성공적으로 키워온 만큼 앞으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진은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특히 이번 미래사업기획단을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 부회장이 이끌게 됐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삼성전자에 DS(반도체)부문에 입사해 2017년까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다. 이후 2017년부터는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왔다.
그는 당시 성장 사업이었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이끌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를 굳히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D램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4세대 64단 3D 낸드를 개발·양산해 낸드플래시를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또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서는 유망 분야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사업을 성장시켰다. 전 부회장이 삼성SDI를 이끌게 되면서부터 연구개발비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17년 매출의 6.59%였던 연구개발비는 지난 2020년 매출의 7.16%까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SDI의 연구개발비는 5822억원으로 같은 기간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4707억원)과 SK온(1661억원)보다 많은 투자를 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삼성SDI 5.2%, LG에너지솔루션 2.7%, SK온 2.37%로 경쟁사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그 만큼 전 부회장은 공격적인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신사업 육성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는 경영 스타일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전 부회장이 삼성SDI 사장 취임 후 삼성SDI는 영업이익 10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며, 해마다 10%~44%가량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을 이뤄왔다.
이처럼 전 부회장은 적자 기업이던 삼성SDI를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 확장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시켰던 만큼, 앞으로 삼성전자의 미래사업기획단에서 전사적인 사업 체질을 바꾸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전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속 및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인사가 미뤄지던 상황에서도 정식 인사 발표(5월) 전인 2017년 3월 삼성SDI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그 만큼 삼성이 전 부회장을 중요한 인재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래사업기획단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역할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전 부회장에 대한 신임도가 두터운 점을 감안하면 전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에서 맡을 역할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안목에 따라 삼성의 미래 사업의 콘셉트와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철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어느 분야에 있든 삼성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인재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업이더라도 신사업에 대한 기획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며 "삼성은 미래 기술과 사업의 시장성에 대한 안목을 갖춘 인재라면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