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미래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중점
글로벌 위기 극복 능력 발휘해야
다양한 구성원, 시장 참여자와 소통도 중요
주요 그룹 오너일가의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으로 경영능력 검증 무대에 오른 것이다. 주로 1980년대생으로 이른바 MZ세대인 이들은 그룹 전반적인 전략과 미래사업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MZ세대 오너경영인들이 신성장동력, 글로벌 위기 극복, 다양한 현장중심 소통경영 등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본다.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차세대 먹거리 발굴, 글로벌 위기 극복, 소통 중심의 경영.' 최근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총수일가 3·4세 중심의 젊은 경영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들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올해 인사에서 1980년대생 총수일가 3·4세를 경영 일선에 배치했다. 1990년대생이 경영수업에 나선 곳도 있다. 이들은 주로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전략이나 미래 사업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HD현대그룹 제공] |
대표적인 인사가 HD현대의 정기선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33세였던 2015년부터 임원으로 그룹 경영에 합류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 설립과 성장 주도, 자율운항 전문 계열사 아비커스 지원, 수소와 인공지능 등 미래 사업 발굴 등에서 성과를 냈다. 아울러 조선업을 넘어 최첨단 해양 모빌리티 전문기업이라는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7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2018년부터 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지주 경영지원실장을 겸직했다. 2021년에는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고,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사업을 주도와 비전 제시 등을 통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지주사인 ㈜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그 역시 지난 3년간 코오롱그룹의 자동차유통 사업을 재편하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룹 전체의 경영을 담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코오롱그룹] |
정 부회장,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는 젊은 총수일가 일원들의 공통적인 과제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또래들보다 일찍 경영 전면에 나선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그룹의 미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아직 인사 전이라 승진 여부를 알기 어렵지만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최근 보폭을 넓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 상무는 최근 몸담고 있는 화학 분야 뿐만 아니라 유통이나 방산 등의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면서 그룹의 미래 사업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이들의 항로가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재계나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은 금리인상 추세에 따른 장기적인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국제 정세 불안, 글로벌 자국주의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확대 등 여느때보다 불투명하다.
이에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MZ세대 오너경영인들은 미래 사업 발굴과 함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어렵다는 변명을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으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경우 결국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현재 주력사업에서 최대한 선방 또는 성장을 하면서 한시라도 빨리 미래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룹 구성원이나 재계에서 바라는 모습은 젊은만큼 소통을 잘하는 경영인의 모습이다. 이는 이미 앞선 경영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이 회장이나 정 회장의 현장중심 소통경영은 이미 재계에서 유명하고 그만큼 성과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들보다 더 젊은 세대들이 그룹 구성원의 중심이 되고 있는만큼 MZ세대 경영인들이 그들과 더 많은 소통으로 혁신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1980년대생 중심의 젊은 총수 일가 구성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많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그룹의 현재인 주력 사업의 성장, 미래인 신성장동력 발굴과 안착,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적극적인 소통 경영이 이들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