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 역임...'왓챠·당근마켓' 등 유니콘 기업 발굴
'AI·글로벌 성장' 이끌 글로벌 IT 전문가
쇄신 TF장 맡아 카카오 경영쇄신 작업 주도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단독대표로 내정하며 중대 변화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는 카카오 최초의 여성 대표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과 합병한 이후, 이석우·임지훈·조수용·여민수·남궁훈 전 대표 등 남성 공동 대표 체제를 고수해왔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홍은택 대표는 내년 3월 29일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한 뒤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지지를 받은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는 확장 중심이었던 카카오의 경영 전략을 새롭게 설계하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 등을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AI, 로봇,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IT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지휘해왔으며, 올해 9월부터는 CA 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특히,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는 카카오벤처스에서 2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스타트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왓챠·당근마켓·루닛·두나무와 같은 여러 유니콘 기업의 초기 투자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일례로 그가 2014년 카카오벤처스 합류한 이후 운용에 참여한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펀드(2012년 결성, 2021년 청산)'는 1조원을 웃도는 가치에 청산해 수익률 100배를 기록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
또한,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는 이베이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동남아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카카오가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로서 규제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이러한 경험은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카카오벤처스] |
카카오의 미래 성장동력인 AI 분야에서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가 이끄는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10년 동안 진행한 선행 기술 투자 중 75%를 AI 기업에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2017년 시드 투자를 진행한 AI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엑소시스템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핵심기술(Muscle Function Index)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CES 2024 디지털헬스케어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시나(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의 영어 이름)는 커머스, 핀테크, 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섹터의 경험을 축적해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이유다.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는 내년 3월 공식 취임을 앞두고, 단독대표(CEO) 내정자 신분으로 카카오 내 쇄신 TF장을 맡아 카카오의 경영쇄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범수 위원장이 주문한 카카오 그룹의 거버넌스 개편, 기업문화 재정의, 핵심사업 집중에 따라, 100개가 넘는 계열사들의 정리와 전략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말 기준 167개에 달하는 계열사 수가 사회적 지탄의 주된 이유가 됐던 만큼, 핵심 기술과 사업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 계열사의 재편성 또한 예상된다.
한편,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는 앞서 인터뷰 등을 통해 "창업자가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데도 죄책감이 없을 때, 이런 때 실패했다고 본다"며, "사업 모델 영역은 생각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사람, 그리고 팀이다. 그게 바로 스타트업을 투자하면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이라고 밝힌 바 있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