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장 재활용 소재 의무화로 정책 선회
EU '배터리 소재 재활용' 의무화 법제화 앞둬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규모가 7년뒤인 2040년엔 26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5~10년 사용하면 잔존 용량이 기존 용량 대비 크게 준다.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 [그래픽=한국무역협회] |
27일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육성을 위한 원료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80억 달러(약10조원)에서 오는 2025년 208억 달러(약26조원)로 2배 넘게 커진다. 이후 연평균 17%씩 성장해 2040년에는 2089억 달러(약270조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폐배터리 사업은 크게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나뉜다. 잔존 용량이 줄어든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한다. 불량품이나 잔존 용량이 제로인 폐배터리에선 원자재를 추출해 재활용한다.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이러한 자원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재활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 각국 정부는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소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범위에 '현지에서 추출한 폐배터리 정제 광물'을 포함했다. 중국 다음으로 전기차 시장이 큰 유럽도 배터리 생산에 재활용 원료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이하 배터리법)을 오는 2031년 시행한다. 배터리법은 휴대전화·전기차 등에 탑재돼 EU 시장에서 팔리는 모든 배터리의 공급망과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규제다. 2030년 기준 배터리 제조 시 코발트 12%, 니켈 4%, 리튬 4%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사용해야 한다.
사용후 배터리 수도 급등하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란 전기차 배터리로서 1차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의미한다. 무협은 전세계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이 지난해 20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44GWh로 증가하고, 연평균 33%씩 늘어나 오는 2040년에는 3339G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폐배터리와 폐차 현황 [그래프=SNE리서치] |
지난해 16만대였던 글로벌 전기차 폐차량이 2025년 56만대로 늘어나고, 이후 연평균 33%씩 증가해 2040년이 되면 4227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6만2987대로, 누적 40만대(지난해 말 기준)를 넘어 올해 8월 기준으로 누적 50만대를 달성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대수를 42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우리나라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도 2021년 440개, 2023년 2355개, 2025년 8321개, 2029년 7만8981개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이후에는 10만개 이상의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경제성을 갖추고 성장하려면 배터리 재활용 원료를 원활히 수급하고 체계적인 배터리 회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약 7배 이상 많은 광물이 필요하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불안정해지며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등 핵심 광물 가격의 등락이 반복되면서 원자재 재활용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 연구위원은 "한국은 체계적인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회수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고 민간 소유 배터리의 회수 및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며 "배터리의 회수 등록, 운송, 성능검사, 가격산정까지의 단계가 시스템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회수 및 재활용 각 단계별 전문 사업자를 육성하고 이들의 지침 준수에 대한
단속을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며 "LFP배터리처럼 재활용 가치가 낮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는 배터리는 생산자가 재활용을 책임지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