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당국·채권단 요구안 대부분 수용
PF 공경매시 손실 우려에 증권사 부정적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태영그룹이 당국과 채권단의 요구안을 대거 수용하기로 한 가운데, 증권업계에는 자구안이 아닌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의 공경매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 건으로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사업장 중 일부가 공경매에 부쳐진다면 증권사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8일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비롯한 대부분의 요구안을 실행키로 했다. 이로써 태영그룹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전액(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윤세영 창업회장 보유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 등을 이행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1.04 stpoemseok@newspim.com |
다만 태영그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두고 태영그룹과 채권단의 온도 차가 뚜렷했을 때도 채권단 내 증권사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이는 태영그룹에 대한 증권사의 여신 잔액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태영건설이 발행한 사채를 매집했는데 두 증권사의 여신잔액은 각 40억원과 20억원에 불과하다.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을 지원한 미래에셋증권(23억원)·현대차증권(28억원)·대신증권(20억원)의 여신잔액도 크지 않다. 이들 증권사의 여신잔액을 모두 더해도 산업은행(88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는 전반적인 대출 잔액 자체가 많지 않다"며 "이번 자구안이 실행되고 워크아웃에 돌입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증권사가 태영그룹 계열사 지분과 무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태영그룹이 수용한 자구안은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계열사 지분에 관련된 내용이 많다. 그런데 증권업계 대부분은 PF 사업장이나 여의도 사옥을 태영건설에 담보대출 해준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구안 이행으로 인한 피해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중형사 관계자는 "여의도 사옥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상황인데, 이는 지분 매각 중심인 이번 자구안과 무관한 내용"이라며 "대출 상환에 대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증권업계에서는 자구안 이행 여부보다는 부동산 PF 사업장의 처리 방안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오는 11일 열릴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PF 사업장의 관리 기준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부실 PF 사업장이 공경매나 분양보증이행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증권사의 적잖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태영건설 참여 60개 PF 사업장 중 주거 시설물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사업장이 공경매나 분양보증이행으로 처리되면 결과적으로 금융권 입장에서 적잖은 손실을 볼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향후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도산으로 연중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후순위 PF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에는 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 상황에 따라 증권사마다 손실 차이가 날 것"이라며 "피해가 큰 증권사들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 중형사 관계자도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이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저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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