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검증 안 된 식초 판매한 혐의
1·2심 벌금 1500만원…대법 '파기환송'
원심은 식초 판매 '영업등록' 대상 판단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집에서 식초를 제조해 판매하는 행위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에 해당해 영업등록이 아닌 영업신고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식품위생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식초 제조 행위를 영업등록 대상으로 판단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강원도 정선군 주거지에서 식초를 만들던 A씨는 2020년 4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본인의 노모가 투병 중에 해당 식초를 먹고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를 해소했다는 글을 올렸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장모의 치료를 위해 카페에서 활동 중이던 B씨는 게시글을 보고 A씨에게 연락했고 그의 권유로 정선군 주거지를 찾았다.
A씨는 "한 병원 의사들과 식초를 연구하고 있는데, 의학저널에 투고를 했다"며 식초의 효능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B씨를 현혹해 1240만원 어치의 식초를 팔았다.
하지만 실제 A씨가 판매한 식초는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 증세를 해소하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병원 의사들과 식초를 연구하거나 연구결과를 의학저널에 투고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식품제조업 등록 없이 식초를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제조·가공업은 영업등록을 해아하며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영업신고만 해도 된다.
1심과 2심은 A씨의 사기죄와 식품위생법위반죄를 모두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식초가 파킨슨병에 수반된 심각한 변비에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있음을 전제로 판매해 식초 1병에 300만원 또는 2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을 수 있었다"며 "B씨의 장모는 피고인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식초를 복용했으나 변비 치료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위염 증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식품위생법위반죄에 대해서는 "식초의 성분인 솔잎만을 자연 숙성한다고 해서 식초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며, 다른 원료가 사용된 것이 명백해 영업신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며 "7년 가까운 제조기간이 소요되는 이 사건 식초의 제조행위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식초 제조 행위는 즉석판매제조업에 해당한다고 판단,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령은 통·병조림 식품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으로 규정하는 한편, 식품 제조기간의 장단에 따라 이를 달리 취급하지 않는다"며 "원심은 이 사건 식초가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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