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주거용 건물 임차한 법인, 인도소송 최종 패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중소기업 '직원'에 대표는 제외"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중소기업이 직원 주거용으로 아파트를 빌린 후 대표이사 등 임원이 실제 거주했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부동산 임대업체인 A사는 2019년 12월 4일 중소기업인 B사와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아파트를 임대차보증금 2억원, 월 차임 1500만원에 2년간 빌려주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아파트는 같은 해 12월 12일부터 B사의 대표이사인 C씨가 인도받았고 이듬해 2월 18일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거주해 왔다.
A사는 2021년 9월 29일 임대차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표시하면서 아파트를 인도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B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서 정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고 주장하며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기간 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이에 A사는 B사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2억원을 지급받는 것과 동시에 아파트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는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 법인이 임차인인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지가 쟁점이 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중소기업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치면 대항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
1심은 B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임차인에 당연히 포함되고 계약 만료일로부터 2개월 전 계약갱신을 요구해 동일한 조건에 갱신됐다며 B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직원'에 법인의 대표이사 등 임원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1심을 뒤집고 B사가 A사에 아파트를 인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본점 주소는 경기도 양평군(이후 전북으로 이전)이어서 이 사건 부동산과 지리적 근접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소속 직원의 주거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월 차임이 1500만원으로 지나치게 고가인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가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부동산을 임차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B사는 A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C씨가 배우자와 함께 신혼집으로 사용할 용도로 임차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정한 직원은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은 제외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관련 법령의 문언과 법체계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친 C씨는 피고의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의 적용대상이 되는 법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피고가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주거용 임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임원을 제외한 직원이 거주하고 있으면 족하고 항소심과 같이 업무 관련성, 임대료의 액수, 지리적 근접성 등 다른 사정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정한 직원 및 주거용 임차의 의미에 관해 최초로 명시적으로 판시한 판결"이라며 "중소기업인 법인이 소속 직원 거주를 위한 주택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대항력 부여 요건에 관한 기준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