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동결, 성과급 감축, 구조조정 등 '긴축 경영' 강화
경제성장률 나아질 전망이지만 경영환경은 '시계제로'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작년은 전초전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올해는 정말 한치 앞도 모를 정도로 상황이 불확실해서 '초긴축'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실제로 실행에 나선 곳도 보입니다."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재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위축과 장기화되는 전쟁으로 불안한 국제 정세 등으로 올해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종종 나온다. 이에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2024.01.19 jinebito@newspim.com |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임원들의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경영진과 임원들은 지난 17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4분기 연속 영업적자, 창사 이래 최대 적자 기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임원들부터 비상한 각오로 현재의 비상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성과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였다. 부서별로 최대 연봉의 50%까지 지급했던 것을 작년 말에는 '위로금'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최근 막을 내린 'CES 2024'와 관련해서도 내부 출장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단계별 퇴직 프로그램 중 하나인 '상근 고문제도'를 대폭 축소했고, 임원들의 차량도 대형에서 준대형으로 바꿨다.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내며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 역시 올해 계획을 보수적으로 짰다. 지난 18일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신년 세미나에서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은 "지난해 완성차 업체들의 공급이 정상화되며 미국과 서유럽 중심으로 대기수요가 실현됐고 인도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하며 회복세를 견인했다"며 "올해는 주요 시장의 대기수요 소진과 금리인상 영향이 상반기에 집중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충칭공장을 매각한 것도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중국에서의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충칭 공장 매각 역시 생산 운영 합리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SK와 LG그룹은 비용 절감과 함께 인원 조정까지 나서며 더욱 강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SK그룹의 경우 지주사인 SK㈜의 인원을 현재(300여명)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도 작년 말 팀장급 직원 수를 기존보다 10% 정도 줄였다. 이와 함께 해외 출장 시 임원 비즈니스석 이용 자제 캠페인, 회식비용 줄이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 비용 절감에 나섰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신년사에서 "구성원 모두가 비효율적이고 낭비되는 것들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LG그룹 역시 주요 계열사 중 한 곳인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직 근로자 대상 희망퇴직에 나섰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과거 세 차례의 경기 침체 기간에도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은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의 균형을 유지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생존을 위해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한 곳에는 투자를 하되 그렇지 않은 곳은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계 주요 기업 사옥 이미지. [사진=뉴스핌 DB] |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작년 말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곳이 38.3%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말 조사 때 22.3%였던 것에 비해 16.0%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의 기업 중 52.3%가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했다. 300인 미만 기업 중에서는 26.3%가 긴축경영을 선택했다. 즉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더 올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국내외 기관들의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2.2%에서 2.1%로 내렸다. 지난해 성장률은 1.4%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개선되는 것일 뿐, 사실상 제로 성장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300인 이상 규모 기업에서는 오히려 '긴축경영' 기조가 크게 증가했다"며 "이는 어려운 대내외 경제 환경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기업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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