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 주말 남미 칠레 중부를 덮친 역대급 화마로 현재까지 최소 6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에서 525명의 사망자를 낸 2010년 2월의 규모 8.8 대지진과 쓰나미를 언급하며 "의심할 여지없이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일 내로 희생자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화마가 휩쓸고 간 비냐델마르 지역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2.05 kwonjiun@newspim.com |
현지 재난정보에 따르면 중부 발파라이소주(州)에서 지난 2일 오후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산불 신고가 접수됐고,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은 민가까지 삽시간에 번졌다. 3일에는 최대 풍속 시속 60㎞까지 기록될 정도로 바람이 셌던 것으로 확인됐다.
칠레 대표 휴양지인 비냐델마르를 비롯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 세 곳서 불에 탄 면적은 현재까지 110㎢에 달하며,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국은 주택 3천∼6천 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공단 지역인 엘살토에서는 페인트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고, 내부에서 인화성 물질로 인한 폭발도 발생했다. 또 국가에서 관리한 지 73년 넘은 역사 깊은 식물원은 90% 이상 소실됐고, 내부에서는 근로자 가족 4명이 숨졌다.
가까스로 대피한 한 현지 주민은 화재 당시 상황이 "지옥과 같았다"면서 "재가 하늘에서 비처럼 내렸다"고 설명했다.
마카레나 리파몬티 비냐델마르 시장은 "생사 확인이 어려운 사람의 숫자는 20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카롤리나 토하 칠레 내무부 장관은 4일 현재 소방관 1400여명이 진화에 투입됐고, 긴급 구조 요원들과 함께 군 병력도 투입된 상태라고 밝혔다.
보리치 대통령은 희생자 추모를 위해 5∼6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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