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약 협상, 2주 연장했지만 재연장 논의
매각 측과 인수 측 '팽팽한 줄다리기' 지속
실제 유찰 시 한화그룹 등판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매각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 주주 간 계약 협상 시한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추가 연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협상 시한이 또다시 미뤄진다면 HMM 매각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가 속한 매각 측과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협상 기한은 오는 6일까지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부산항을 떠나고 있는 선박. [사진=HMM] |
앞서 양측은 1차 협상 시한을 지난달 23일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이달 6일까지 시한을 2주간 연장한 것이다.
마감 시한을 한 차례 연장했음에도 양측은 세부 사항에 대한 입장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쟁점은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이다. 하림은 본입찰 과정에서 주주 간 계약 내용의 유효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효기간이 5년으로 제한되면 HMM은 5년 후 현금 배당 제한과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의 조항이 5년 뒤 해지된다.
하지만 매각 측은 하림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성 자산 유출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하림의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서도 매각 측의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HMM 경영권 인수가로 6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하림그룹이 약 3조원을, JKL파트너스가 7500억원을 각각 부담할 방침이다. 나머지 금액은 인수금융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인데 업계에선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대규모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매각 측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팬오션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3조원의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매각 측의) 의문이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업계 일각에서는 협상 기한이 재차 연장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추가 연장 시엔 매각 무산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해운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협상 연장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실제로 재연장까지 간다면 매각 측 입장이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하림 인수는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번 매각이 무산된다면 차기 인수 희망자로 한화의 등판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29일 해운업 진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재입찰로 간다면 한화가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화는 여러 건의 M&A를 성공시킨 기업이고 입찰 조건 같은 세부 사항의 윤곽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에 진입하기도 편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 동원 능력 면에서도 하림보다 훨씬 낫고, 한화오션 등 다양한 계열사들과 시너지도 낼 수 있기 때문에 한화 역시 하림의 인수 실패 시 뛰어들 계획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