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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으르렁대는 中·日, 대화의 끈 놓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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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 해제와 동시에 장관급 교류 재개
베이징-도쿄 포럼은 코로나 기간에도 개최
고위급 교류가 디딤돌 놓은 지난해 중일정상회담
게이단렌 방중해 총리에 애로사항 털어놓아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대표적인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적극 협력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화웨이(華爲)의 통신장비 제품을 배제한지도 오래다. 일본은 또한 미국과 함께 동북아시아에서 안보 동맹을 맺고 중국에 적대적인 군사행보를 보이고 있다. 2월 초에는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실시하는 연례 군사훈련에서 가상 적국을 처음으로 중국으로 명시했다. 과거에는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중국이 가상 적국임을 드러내며 각을 세우고 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과 행보를 내놓으면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 역시 일본에 우호적인 국가는 결코 아니다. 중국은 우리나라 못지 않은 강한 반일 감정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배출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라는 강도 높은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난징대학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언사가 나오는 등 과거사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매번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내놓는다.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의 친미 성향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중국의 일본에 대한 견제 및 비난 역시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양국은 이렇듯 적대적이다. 하지만 양국은 활발한 고위급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적대적인 관계로서 서로에게 날선 공격을 하며 마찰음을 내는 양국이지만, 대화의 끈을 놓은 적은 없다. 대립할 부분은 대립하면서도, 상호 이해할 부분은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을 하겠다는 것이 양국의 입장이다. 양국간의 정상회담은 물론 외교장관급 대화도 이어지고 있으며, 경제 단체간 민간교류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활발한 교류는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코로나 19 종료되자마자 장관급 교류 재개

양국은 코로나19 상황이 해제된 지난해부터 빈번한 고위층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중국이 지난 2022년 12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고 봉쇄했던 국경을 열어젖히자 양국은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2월 22일 중일 양국간 차관급 안보대화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됐다. 1993년 시작된 중일 안보대화는 2019년 2월 베이징회의 이후 중단됐다가 4년 만에 재개된 것이었다.

중일 양국의 외교, 국방 차관급 인사들이 만났으니 좋은 이야기만 오갈 수가 없다. 당시 이슈가 됐던 중국의 정찰풍선과 일본의 안보문서 개정 등을 놓고 상호 날선 비난이 이어졌다. 당시 안보대화는 생산적인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이후 장관 회담으로 이어지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이어 지난해 4월 2일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당시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3년 4개월 만에 자국을 찾은 일본 외무상을 극진히 환대했다. 현안에 대해서는 강한 의견 충돌이 이어졌지만, 양국 인사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환하게 웃었다.

하야시 외무상은 당일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친강(秦剛) 당시 외교부장과 만나 회담을 진행했다. 댜오위타이 국빈관은 명칭 그대로 국빈급 외국 인사를 위한 공간으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외국 정상과 회담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하야시 장관은 오찬을 포함해 약 4시간 동안 친 부장과 회담하며 동중국해, 대만해협,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어 하야시 장관은 중국 서열 2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회담했고, 중국 외교라인 최고위 인사인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찬을 함께 했다.

하루 동안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제외하고는 중국 고위직 인사를 모두 만난 셈으로, 중국으로서는 극진한 예우를 펼쳤다. 당시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일본이 도발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는 최소한 '냉랭한 평화'의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고, 하야시 외무상의 방중은 양국 관계가 마지노선 위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해 11월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 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코로나19 기간에도 개최된 베이징-도쿄 포럼

하야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한지 3개월여가 지난 시점인 지난해 7월 5일,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민간 방중단이 중국을 찾았다. 일본 정계 거물이자 원로인 고노 전 의장은 일본 대기업 임원 80여 명을 이끌고 중국을 찾았다. 이들은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국무원 상무부장을 면담했고, 대기업 임원들은 각자의 애로 사항들과 건의 사항을 중국의 주무 장관에게 토로했다. 고노 전 의장은 원로로서 자칫 서먹해 질 수 있는 자리를 부드럽게 풀어냈다. 민간 방중단은 리창 국무원 총리도 면담했다.  

고노 전 의장 일행이 방중한지 10여 일 후인 지난해 7월 14일, 왕이 정치국 위원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담했다. 양측은 오염수 문제와 미국의 기술제재 등에 대해 강한 의견 충돌을 보이면서도, 계속 정상급·외교장관급을 포함해 모든 차원에서 긴밀히 의사소통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19일에는 베이징에서 제19회 베이징-도쿄 포럼이 개최됐다. 왕이 정치국위원은 영상 축사를 보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서면 메시지를 보냈다. 이 포럼은 2005년 시작됐으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온라인으로 개최됐으며, 지난해에는 대면 행사로 개최됐다. 포럼은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방법들이 논의된다. 댜오위다오 문제를 두고 양국 관계가 최악을 치달았던 2011년에도 포럼은 중단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시기에도 개최됐었다. 서로 으르렁거리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양국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베이징-도쿄 포럼이다.

지난해 11월25일 왕이 정치국위원이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우리나라 부산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고위급 교류가 성사시킨 중일정상회담

지난해 11월 8일에는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정치국 위원과 만났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일본의 안보 최고위직 인사로 우리나라의 국가안보실장에 해당한다. 아키바 안전보장국장은 왕이 정치국위원과 다양한 안보 사항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 내용이 오고 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베이징 현지에서는 중일정상회담 개최가 논의됐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아키바 안전보장국장의 방중은 1주일 후 중일정상회담으로 연결됐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국 정상은 2022년 11월 태국 방콕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주 앉은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시 주석은 "새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중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의 즉각적인 철폐를 요구했다.

후쿠시마 미즈호 일본 사회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달 19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공산당 서열 4위 왕후닝(王滬寧)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게이단렌, 방중해 애로사항 직접 설명

지난해 11월 25일에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왕이 정치국 위원이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회담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가미카와 외무상은 이날 왕이 정치국위원과 처음 회담했다. 왕 위원과 가미카와 외무상은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한 자국 입장을 설명했다.

지난 1월 23일에는 일중경제협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일본상공회의소 등으로 구성된 일본 경제계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했다. 200여명으로 꾸려진 대규모 대표단은 신도 고세이 일중경제협회 회장(일본제철 회장)을 단장으로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 등이 참여했다. 게이단렌은 일본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하기로 유명하다. 게이단렌 방문단은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중국을 찾았다.

방문단은 왕원타오 상무부장을 면담하고, 리창 총리도 만났다. 일본 방문단은 리창 총리에게 중국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데 대해 "일본 국민의 중국에 대한 감정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나빠져 일본 기업이 (중국에) 투자를 삼가는 풍조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비자 없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대일본 무비자 정책을 다시 시행해줄 것을 건의했다. 현재 중국은 일본에 대해 무비자 정책을 펼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일본 게이단롄 방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ys174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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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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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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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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