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올해 재선 가능성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물밑 접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권 1기 때 트럼프의 파격적 정책이 2기에 더욱 급진적일 것이란 일본 외무성의 관측 때문인데 기시다 정권은 일찌감치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와 관계를 구축해 미국의 대외 정책을 가늠하고 나아가 사전협상 토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기시다 정권의 트럼프 물밑 접촉 노력을 지난 2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 공화당 첫 경선이 치러진 지난 1월 중순 아이오와주(州) 코커스(caucus·당원대회)에서 50% 이상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자 기시다 정부는 그의 경선 승리에 무게를 두고 다방면으로 그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좌)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일본 외교관들은 미국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적극 소통하고 있으며 트럼프 집권 당시 전직 행정부 관리들에게도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선된 일본의 새 주미대사인 야마다 시게오는 트럼프 선거 캠프와 연계하라는 구체적인 지시와 함께 임명된 것이라고 주미 일본 대사관 관계자 여럿이 알렸다.
지난달 10일 도쿄를 방문한 빌 해거티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주일 미국 대사관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는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와 시게오 대사 등 정부 인사들이 함께였다.
해거티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주일 미국 대사를 지냈는데 일각에서는 그가 트럼프 집권 2기 때 중책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소 부총재가 뉴욕을 전격 방문한 시점은 바로 이다음 날이다. 그는 현지시간으로 13일까지 뉴욕에 머물렀지만 트럼프를 만나진 못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는 경선 유세로 시간을 내지 못했고 아소 역시 측근들에게 "내가 뉴욕을 방문한 것은 그와 만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라고 알렸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소 부총재가 귀국 후 15일 기시다 총리와 총리 관저에서 면담했다면서 두 사람은 미국 대선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트럼프 담당에 '골프 인연' 아소...보호무역주의·방위 분담금 증액 고민
아소 부총재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트럼프 접촉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는 현직 총리로 조 바이든 현 행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해 아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지 않은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소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시다는 오는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기시다와 달리 아소 부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부총리 자격으로 배석하고 골프도 함께 즐겼던 인연이 있다. 아사히신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억하는 일본 정치인은 고(故)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뿐이라고 했었다"고 할 정도다.
지난 2019년 5월 26일 일본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에 위치한 골프장 '모바라컨트리클럽'에서 골프 회동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라운딩 중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사실 기시다 총리와 여당의 최대 고민은 트럼프와 새로운 관계 구축일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동맹 경시 정책을 펼쳐온 트럼프와 달리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일부는 일본과 관계를 중시했다. 지금은 이들이 트럼프와 사이가 틀어진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집권 2기 때 자신의 말에 100% 동조할 인사로만 내각을 채울 수 있고,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트럼프와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물밑 접촉은 트럼프와 미리 관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이자 사전협상 성격도 있다는 전언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 두 명은 철강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 문제가 "(트럼프 2기 때) 다시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고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선제적 접근의 일환"이라고 귀띔했다.
주일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가능성도 일본 정부가 우려하는 사안이다. 트럼프의 재선에 대비해 기시다 총리가 골프 연습을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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