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배우자→사실혼으로 자격 상실
1·2심 유죄→대법은 파기환송
"정당하게 보상금 수령 중 신고의무 태만히 한 것 뿐"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국가유공자 배우자 자격으로 보상금을 받던 중 결격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계속 보상금을 받은 여성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단순히 신고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보상금을 수령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서모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서씨의 배우자 A씨는 1974년 6월 28일 이른바 '863함 피침 사건' 당시 북한 경비함과 교전 중 사망했고, 서씨는 1986년 5월 국가유공자의 배우자로 등록됐다.
이후 서씨는 1995년 4월 B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게 돼 국가유공자의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 이런 경우 본래 국가보훈처장에게 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씨는 이를 신고하지 않았고, 2012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약 1억2800만원의 보훈 급여금을 본인 명의 우체국 계좌로 송금받았다.
검찰은 서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금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서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그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씨와 B씨는 남녀 관계로 만나 교제하다가 동거하기에 이르렀고 그 동거 기간이 20여년에 이른다"며 "동거 중 서씨와 B씨는 같은 방에서 생활했고, 각자의 딸 또는 아들 등과 같은 집에서 산 기간도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B씨의 막내아들 결혼식에서 서씨와 B씨가 혼주로서 역할을 한 점 등에 비춰 이들이 혼인 의사의 합치에 따라 부부공동 생활을 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서씨가 부정하게 받은 보상금의 액수가 많지만, 국가유공자법의 목적과 그가 수급 자격을 상실했다면 그의 자녀가 수급 자격을 취득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환수 처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점, 서씨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나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구 국가유공자법 제85조 제1항 제1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거나 보상을 받게 한 사람'을 형사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주관적으로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임을 인식하면서 적극적인 방법으로 받을 수 없는 보상을 받는 것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구 국가유공자법의 보상 대상인 배우자가 국가유공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사실혼 등으로 인해 유족 또는 가족에 해당하지 않게 된 경우 지체 없이 보훈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신고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태만히 한 것만으로는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서씨는 정당하게 보상금을 수령해 오던 중 B씨와 사실혼 관계를 형성했고 이를 신고하지 않았을 뿐임을 알 수 있다. 신고 의무를 태만히 한 것에 불과하고, 그에 더 나아가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보상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