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고용 회피에 채용 비율 1%대 그쳐
매년 수십억대 고용부담금에도 확대 계획 없어
업무상 특수성만 강조, 맞춤형 일자리 늘려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의 장애인 채용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4대 은행 기준, 지난해 1900명에 육박하는 신입행원을 뽑았지만 장애인 비중은 은행별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전체 직원 대비 장애인 고용 현황도 의무고용률에 크게 못 미친다. 사회적 역할에 걸맞은 채용 확대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최저 수준의 채용 계획만 유지하고 있어 논란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각 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지난해 채용한 신입직원은 상반기 1000명, 하반기 880명 등 1880명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신한과 우리가 각각 500명을 채용했으며 하나 460명, 국민 420명 등이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2.28 peterbreak22@newspim.com |
2018년 2000명 중반대를 넘어섰던 4대 은행 신입직원 채용규모는 이후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1000명대 초반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은행에 대한 사회적 공헌 요구가 높아지며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지난해 비슷한 수준의 신규채용을 유지할 계획이다.
1900명에 육박하는 신입직원 채용했지만 4대 은행은 이중 장애인 채용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너무 적은 인원만 채용, 사회적 비판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4대 은행은 지난해 한자릿수의 장애인 채용만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채용 대비 최대 2%에 불과한 수치로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 고용률 3.1%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익명을 요구한 4대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명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규모의 장애인 채용을 진행했다고만 말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다른 주요 은행도 한자릿수만 채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의 장애인 채용 기피는 오래된 논란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4대 은행의 전체 직원 대비 장애인 고용률은 KB국민 1.46%, 우리 1.00%, 신한 0.99%, 하나 0.85%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장애인 고용률 기준(3.1%) 미달에 따른 상당한 규모의 고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4대 은행은 2022년 KB국민은행 44억8000만원, 신한은행 45억원, 하나은행 39억원6000만원, 우리은행 44억8000만원을 납부했다. 지난해 역시 비슷한 수준을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수십억원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고용 기피에 따른 사회적 비판도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장애인 고용 확대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 직원을 늘리기에는 은행 업무가 전문적이고 또한 순환보직 시스템에 따라 영업점 등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은행 업무 중 재택근무 등 변화된 근무환경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며 이같은 해명에 반박한다. 은행권의 장애인 고용회피가 오랜 과제인만큼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4대 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고용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바 없어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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